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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생활기반] "어르신 타셨으니 오라이~" 섬마을에 돌아온 버스안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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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타셨으니 오라이~" 섬마을에 돌아온 버스안내양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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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한산도 강시자·박명자씨, 고령 승객 승하차 도우미 활약 농어촌들 잇따라 女차장 도입

"어르신 타셨으니 오라이∼." 1960 ~80년대 추억의 버스안내양이 돌아왔다. 갈수록 노인 인구가 늘면서 버스 승하차에 도움이 절실한 교통 약자가 많은 농어촌 마을은 물론 섬에까지 잇따라 등장했다.



7일 통영시 한산면 한산도 소고포 선착장 앞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자 노란 조끼를 입은 '공영버스 안전도우미' 강시자(62)씨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부축했다. 강씨는 어르신의 팔을 붙잡고 버스 하차 계단을 하나씩 함께 밟아 내려갔다. "조심히 들어가세요"라는 강씨의 말에 어르신은 "짐도 들라주제(들어주지), 딸이나 며느리 맨쿠로(처럼) 말동무 해주제 너무 좋다"고 했다.

통영시 한산면은 지난 6일부터 버스안내양의 요즘 버전인 '공영버스 안전도우미' 사업을 시작했다. 섬 지역이라 굽이진 도로가 많고, 승객 대부분이 고령자라 버스 승하차를 힘들어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섬에 버스안내양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대 한산면 버스 안전도우미가 된 강시자씨는 한산도 토박이다. 강씨와 함께 박명자(51)씨 등 주민 2명이 일자리사업 형태로 공고 절차를 밟아 채용됐다. 두 사람이 하루 4시간씩 번갈아가며 17㎞ 구간을 오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한산도는 섬 주민 1031명 중 475명(46%)이 65세가 넘는다. 이번에 버스 안전도우미로 채용된 강씨 등은 이 섬에서도 젊은 축에 속한다. 강씨는 "여든이 넘은 제 모친도 이곳에 사시면서 버스를 이용하신다. 섬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제가 딸뻘이다"라고 말했다.

한산면 버스 도우미들은 향후 관광객들에게 섬 안내와 홍보를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한산도는 연간 18만7000명이 찾는 낚시 명소이자, 이순신 장군을 모신 제승당이 위치한 관광지다.

여(女)차장제라고도 불린 버스안내양 제도는 지난 1961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뒤, 1980년대 말 한때 3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9년 자동차운수사업법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는 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안내원을 승무하게 하여야 한다'는 법 조문이 삭제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추억으로만 남았던 버스안내양을 다시 도입한 첫 지방자치단체는 충남 태안군이었다. 지난 2006년 6월 '농어촌버스 안내양 제도'를 도입해 버스의 주고객인 어르신들의 승하차를 도왔다. 관광객 사이에서도 호응이 높아 1개 노선 1명으로 시작하던 사업이 현재 3개 노선 3명으로 확대됐다. 이후 충남 보령과 강원 정선, 경북 의성, 경남 합천 등이 잇따라 안내양 제도를 시작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안전도우미들이 살갑게 말을 걸어주고 손도 잡아줘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타 지역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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