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최근 북한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대외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려는 내부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개혁과 개방 정책은 앞으로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더욱 진전되어 앞으로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을 추구할 경우 그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의 주된 수요자는 북한 당국과 대북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남한 당국이다. 이 연구는 2003년과 20...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최근 북한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대외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려는 내부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개혁과 개방 정책은 앞으로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더욱 진전되어 앞으로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을 추구할 경우 그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의 주된 수요자는 북한 당국과 대북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남한 당국이다. 이 연구는 2003년과 2004년의 2년에 걸쳐 추진되었다. 첫해는 북한의 농업 현황과 최근의 동향, 외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경제의 개혁·개방 방향을 제시하는 데 연구의 중점을 두었다. 2년차에는 전년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농업부문의 구체적인 개혁·개방 방향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향후의 남북한 농업협력 방안과 우리의 농업부문의 대응책을 검토하였다.
2. 연구개발 내용
북한의 대내외적 변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최근의 개혁·개방 추이와 정책 동향을 정리한다. 농업부문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정책의 흐름을 정리하고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전망한다.
체제전환에 성공한 국가 중에서 북한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던 중국과 베트남을 대상으로 그들의 개혁·개방 과정과 농업개발 전략을 분석하고 그 시사점을 도출한다. 그리고 통독 후 동독의 농업부문 개혁사례를 분석함으로써 남북한의 통합에 대비하여 그 시사점을 얻으려고 한다.
북한의 농업부문 개혁·개방은 전체 경제체제의 변화 가운데 추진될 것이므로 우선 북한의 바람직한 경제개혁 방향을 제시하되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1단계 개혁과 체제의 변화를 수반하는 2단계 개혁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농업부문의 개혁을 농업제도, 농산물 시장과 유통, 농업금융 및 재정, 농업투융자, 인력 및 기술개발 분야로 나누어 개혁 방향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이 중에서도 개혁의 선도 역할을 하는 농업제도는 소유 및 이용제도, 농업관리체계, 농장관리방식으로 세분화하여 검토한다.
북한이 농업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정책 전환, 남북한 협력,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자금조달이 우선 해결되어야 하므로 각각의 문제에 대해 검토한다. 향후 북한의 농업개혁을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판단에서 남북한의 바람직한 농업협력 방향을 제시한다. 남북한 협력은 국내 농업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북협력에 대응한 국내농업정책의 추진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대북정책과 국내 농업정책 사이의 균형점을 찾고자 한다.
3. 연구결과
중국, 베트남, 동독의 체제전환 경험이 북한에 주는 몇 가지 공통적인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급진적으로 개혁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농업개혁은 토지의 소유 및 경영에 관한 개편이 최우선 추진되어야 하며 시장개혁은 그 양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농업개혁은 개별 농가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법적, 제도적 기틀을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농민에게 신뢰를 주어야 이들이 개혁에 동참할 수 있다. 넷째, 체제의 전환과 제도의 개선은 개혁의 수단에 불과하며 개혁의 최종 목표는 사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농업개혁의 목표는 농업 생산성 향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농촌개발을 통해 농업, 농촌, 농민 문제를 함께 해결하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시사점이다.
북한은 경제개발에 관한 기존의 노선에서 탈피하여 점차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제개발 전략은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생산수단의 소유주체와 소유권의 범위 확대,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계획경제의 부분적 분권화, 독립채산제의 강화, 인센티브의 확대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한 가격체계를 개선하고 유통개혁을 통해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경제특구의 확대, 환율제도 개선, 대외무역의 강화, 국제경제체제의 참여를 통해 점진적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본격적인 체제전환의 과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북한이 변화하려는 의지는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나 이미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다는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향후 북한이 경제 개혁·개방을 추구한다면 적어도 두 단계의 과정을 거쳐 체제전환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 단계는 본격적인 개혁의 전 단계로써 경제개발을 위한 내부개혁과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단계이다.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제한적인 대내개혁과 대외개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책결정의 분권화를 시도하면서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소유 제도를 다양화하고 특히 농업부분에서는 책임생산제와 가족청부제를 도입하고 농산물의 자유처분권을 확대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협동농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자생력을 갖추도록 한다. 정부 수매와 배급에 의해 식량을 공급하는 중앙관리체계에서 점차 탈피하여 시장을 통해 물자가 거래되고 가격이 결정되는 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대외개방을 확대하되 외국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특구의 추가 지정을 통해 개방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며 국제경제기구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경제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 단계는 체제의 변화를 수반하는 본격적인 변화이다. 대내개혁으로 광범위한 가격자유화를 추진하고 생산부문의 사적 이동을 허용함으로써 모든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이탈을 보장해야 한다. 금융과 재정을 서로 분리하고 연성예산제약을 완화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간다. 이원적 은행제도를 확립하여 금융기관의 기능을 확대하고 다양한 경영체를 육성한다. 국영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하며 기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개인 영농체제를 확립하고 사적 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투자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개별 경제주체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북한 화폐가 지불수단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환율의 안정과 함께 태환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농업부문은 개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체제전환을 경험한 국가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경제개혁 초기의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극복하고 안정성장 과정으로 진입하는 것이 개혁의 관건이다. 농업부문은 제도의 개편만으로도 상당한 생산성 증대를 가져와 식량 문제 등 국민생활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농업부문은 개혁의 선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농업부문 개혁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의 소유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동농장, 국영농장, 농업기업소의 책임경영제와 의사결정의 권한을 확대하는 분권화가 우선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협동농장 내 분조 규모를 점차 축소하여 가족 중심의 영농이 가능하도록 농가 생산책임제를 한 단계 발전시켜 책임경영제로 전환하고 주요 생산수단의 사용권을 확대하는 탈집단화 과정이 후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셋째, 생산요소의 일괄 분배와 농산물의 국가수매를 지양하고 생산요소와 농산물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요소 및 상품시장의 유통을 활성화하며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시장화 하는 조치가 뒤따라야만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넷째, 개인에 의한 생산물의 자유처분권을 확대하고 주요 생산수단에 대해 개인의 사용권을 소유권으로 전환하는 사유화가 확립되어야만 농업부문의 개혁이 완성된다.
이와 같은 농업부문의 개혁 전략을 부문별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업제도의 개혁이다. 농업제도에는 농지의 소유와 이용제도, 농업관리체계, 농장관리방식, 농산물 가격 및 유통체계, 농업금융제도 등이 포함된다. 개혁의 초기 단계에서는 외부로부터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우므로 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본적인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임금과 물가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핵심적인 농업생산수단인 토지는 국가가 소유권을 갖더라도 우선 개인에게 장기 이용권을 인정하고 점차 임대차, 양도, 상속을 인정한 후 최종적으로 사유화하는 단계적 조치가 필요하다. 협동농장 중심의 생산체계를 개별 농가 중심의 생산체계로 전환하고 다양한 경영주체를 육성한다. 국영농장은 기업농 형태의 전문화된 농장으로 개편하되 효율이 낮은 농장은 해체한다. 협동농장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생산수단 및 복지시설은 개인에 분배, 임대, 불하하거나 그 기능을 행정기관에 이양한다. 농업관리체계를 개편하여 효율을 높인다. 중앙집권적 농업관리체계를 자율적 운영체계로 전환하고 점차 개별 농가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책임경영을 실현한다. 협동농장의 경영 목표를 생산량 달성이 아니라 수익의 창출로 전환하고 수익의 크기에 따라 경영 성과를 평가하도록 농장의 관리방식을 전환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장의 관리방식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배인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협동농장에 작물선택권을 부여하고 수익극대화를 경영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한다. 분배방식도 노동에 따른 분배 원칙에서 수익에 따른 성과 분배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협동농장의 급속한 해체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단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먼저 현재의 분조관리제를 유지하면서 점차 경제적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자유처분권을 확대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다음 단계로 개별 농가에게 토지를 분배하여 농가의 책임 하에 영농을 하는 도급제 또는 생산책임제를 실시한다. 마지막 단계로 개별 농가에게 토지를 분배하여 자신의 능력에 따라 경영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농가생산청부제를 실시한다. 즉, 협동농장의 농업생산 기능을 대폭 축소하여 개인에게 넘기고 협동농장은 영농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개인에게 주요 생산수단의 사용권을 부여함에 따라 농업생산이 증대되고 이를 처분하기 위한 유통의 기능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기존의 국가에 의한 상업관리체계는 개인 또는 기업에 의한 유통체계로 전환됨으로써 유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국가가 관장하는 배급 제도를 축소, 폐지하고 시장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대안의 사업체계에 따라 중앙에서 공급하던 농기구나 농자재도 기업 간 거래 또는 자재 상사를 통한 상업적 공급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유통 개혁과 함께 가격결정 제도의 개편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통제가격을 자율가격으로 전환하고 이중가격과 왜곡된 상대가격제를 단일가격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개혁 초기의 혼란을 줄이고 급격한 가격 등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결정가격, 국가지도가격, 협의가격, 시장가격, 상한가격 등 다양한 형태의 가격제도를 병행 운용하면서 점차 가격자율화를 추진한다.
개혁 초기에 발생하는 재정 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며 자원배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 및 금융정책의 개편이 필요하다. 기업과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분권화로 재정의 안정과 경영효율을 제고하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기업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재정과 금융을 분리시켜 연성예산제약을 해소한다. 개혁 초기에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므로 재정수지 적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세입확보를 위한 소득정책을 강구한다. 중앙은행에 의한 일원적 금융체계에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이원적 금융체계로 전환하되 초기에는 정책금융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점차 상업금융을 확산한다.
협동농장이 개인영농제로 개편됨에 따라 협동농장이 안고 있는 부채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농업금융 전담기구를 설립하되 협동농장이 안고 있는 이월누적부채와 이로 인한 신용제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농업금융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는 협동농장이 안고 있는 부채를 정부채무로 전환하고 일부는 신용보증 또는 정부채무에 대한 이자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을 통해 채무 상환 부담을 경감시킨다. 개인영농제의 확립에 따라 개별 농가의 영농자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며 설령 융자가 가능하다고 해도 농가는 담보제공 능력이 없으므로 무담보 대출 등 신용보증제도를 보완하고 농업정책금융을 통해 자금부족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농업부문의 높은 금융비용과 이자율 인상에 따라 농가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대출이자 보전제도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농업부문의 개혁 과제로써 농업제도 개편과 함께 투융자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개혁초기의 실업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득정책 효과가 큰 농업부문의 기반 조성사업과 농촌 지역 개발이 효과적이다. 다만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일시에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대규모 투자는 피하고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식량난 해소를 위한 농업용수시설 복구, 농경지 복구, 경사지 환원, 간척지 제방 복구 등 농업기반 복구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단기적으로는 한해상습지구 지하수 개발, 노후양수장 복구, 제방 및 방조제 복구, 온실 개보수, 자연재해 피해지 복구에 주력하고, 중기적으로는 지표수 보강 개발, 중력식 용수공급체계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농자재의 안정 공급을 위해서는 비료공장 개보수, 종자공급체계의 재편과 국가종자공급체계의 확충, 소형농기계 생산 및 수리시설 건설, 농약합성 시설 및 비닐제도시설 건설 등 농자재 생산시설의 확충도 요구된다. 식량배급제의 확대와 시장기능의 활성화에 따라 유통하부구조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근대화된 도매시설과 물류시설은 유통의 효율화와 시장화의 촉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농촌 지역의 농외수입 증대를 위한 공예단지, 농산물 가공시설 조성을 위한 투자도 효과적인 사업이다.
셋째, 농업부문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력 및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집단농장의 경영목표 전환과 함께 관리자와 농장원이 새로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경영 및 기술교육을 추진한다. 개인영농제의 전환에 대응하여 개별 농가에 대한 경영 및 기술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농업복구 및 개발을 담당하기 위한 기획, 관리 전문 인력의 육성도 필요하고 농업부문 통계 정비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실무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개인영농제의 도입과 시장화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농작물이 도입되고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농업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북한의 농업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써 북한 내부의 정책 전환, 남북협력의 강화,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과 협력, 개발자금의 조달이 필요하다. 북한 내부의 정책 전환을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개혁·개방 의지와 함께 중간관리층의 참여가 필요하다. 중간관리층이 개혁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의 확산에 따른 경제적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개혁·개방에 대한 일관성이 유지되어야만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확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개혁에 동참할 수 있다. 북한의 개혁을 위해서는 대외적 환경 조성과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핵 문제의 해결을 통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함으로써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남북협력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북한 사회를 경제적으로 안정시키며 개방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주민의 기초생활을 안정시키며 교역을 통해 북한이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에서 유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본격적인 개혁에 대비하여 북한 인력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 연수, 중간관리자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기술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기술교육은 해외파견, 해외전문가 초청을 통한 훈련, 해외 유학, 단기 기술교육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추진할 수 있다. 농업개혁을 위해서는 자금이 조달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동안 매년 25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자금 소요액은 전체 투자액의 15~20%로 추정되므로 연간 5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소요되며 북한의 농업 현실을 감안한다면 경제개발 초기에는 더 많은 자금이 요구된다. 그러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제금융기구의 차입, 양자간 공적원조, 외국인 직접투자, 남북협력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만 한다. 가장 큰 자금원인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차입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기금(IMF)의 가입이 선행되어야 하고 다음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금융공사(IFC), 국제개발연합(IDA),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가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구에 가입하여 북한이 자력으로 차관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5~7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만일 북한이 긴급하게 개혁을 추진할 경우 세계은행에 북한신탁기금을 조성한 후 국제사회와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초기의 경제개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남북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남북한은 경협 활성화를 위하여 이미 2000년에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재해결, 청산결제에 관한 4대 합의서에 대해 합의한 바 있고 2003년부터 발효하기로 하였으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북한은 남한과의 농산물 교역을 통해 상당한 교역 흑자를 보고 있다. 앞으로 농산물 교역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원산지 증명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수수료 인하, 반입승인 및 통관 절차의 합리적 조정, 물류비 절감을 위한 대책, 남북한 은행을 통한 직접 대금결제 등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 그 동안 농업 분야의 경협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남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다가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태를 경험하였다. 남한 기업가는 자유로운 통행과 통신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비정상적인 기업 상황, 정책의 불확실성, 그리고 열악한 인프라시설도 경협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이다. 앞으로 남북한 농업분야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뿐만 아니라 북한 내의 인프라 구축, 금융 지원체제의 구축, 투자에 대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손실보전제도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현재 특구로 지정되어 있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를 통한 농업협력 방안을 통해 북한은 개혁·개방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본격적인 개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북 지원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대북 식량 및 농업지원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농업지원의 범위에 대해 최소한 식량지원에 한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31%인 반면 식량지원을 포함하여 농자재 지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0%, 농업기반정비 지원까지 지원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34%였다. 대북 지원의 주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통로를 활용하여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응답자 중에서 대북 지원을 위해 기부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83.5%였으며 16.5%는 지불 의사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응답자의 대북 지원을 위한 연간 최대 지불의사는 평균 17,584원이었다. 여기에 경제활동인구수 2,292만 명을 곱하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대북 지원의사는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현재 우리나라가 북한에 지원하는 금액의 2배 정도로 현재 차관으로 제공하는 식량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지불액의 크기와 사회적 특성에 대한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다중회기분석을 실시한 결과 여성보다는 남성, 연령이 높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지불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식량 차관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무상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식량지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차관으로 제공하는 40만 톤의 쌀 중 20만 톤은 국내산 쌀을 이용하여 북한에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쌀을 포함한 콩이나 다른 식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구입하여 지원할 수도 있지만 연해주 등지에서 해외농장을 개발하여 남북한 협력을 통해 함께 생산한 후 이를 북한에 제공한다면 비용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하지만 남북한 협력을 강화하고 장차 한반도의 식량안보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식량지원의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2회 이상 분할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는 식량은 현재의 방식을 유지함으로써 대북 지원에 있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한의 농림수산물 교역에 있어서 대북 반출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반입을 할 때는 민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남북한 경제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대북정책과 국내 농어민을 보호하려는 농림수산 정책 사이에 입장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농어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남북한 경제교류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국내 생산이 부족하여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과거의 반입실적과 국내외 시장가격을 토대로 품목별 쿼터와 승인가격을 정기적으로 고시하여 북한산 농림수산물의 반입을 허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원산지가 북한산인 경우 민족내부거래로 인정하여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반입업자의 초과수익이 발생하므로 이를 적절히 조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대북 농자재 지원에 있어서도 비싼 국내산을 제공함으로써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비판이 있으므로 농자재의 국제입찰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입찰 과정에서 투명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대북 지원에서 있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지원된 물자의 분배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우리 내부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지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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