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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한국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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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정섭
한국일보 기고 | 2007-06-26
최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6ㆍ25가 발발한 지 57년이 흘렀다. 그 동안 남북 협력관계는 많은 기복이 있었지만 개성공단 사업은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22개 공장이 가동돼 1만3,000명의 북측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생산된 제품의 4분의 1은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휴전선을 가로지르는 대로는 군사적 대치관계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평화스럽기만 하다.

 

● 세계와 시장 경쟁하게 된 농민들

 

우리 경제는 개성공단에 자본과 경영을 제공할 정도로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히 성장했다. 그러나 농업은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낮았고, 소득과 생활 수준이 도시공업과 격차가 나 젊은 인재가 계속 빠져 나갔다.

원래 인구 대비 경지면적이 좁아서 농산물 공급이 부족했는데, 축산물 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 사료곡물 수입량이 급증해 식량자급률이 낮아졌다. 세계화는 이러한 농업의 비중 감소와 약화 추세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1989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쇠고기 패널의 결정에 의해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게 됨에 따라 본격적인 농산물 시장개방이 시작되었다. 경제가 성장해 국제수지가 적자를 벗어나자 GATT 국제수지위원회의 결정으로 1997년까지 농산물 수입을 자유화할 계획을 내놓았다.

 

이후에 한국 정부가 참여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수입수량을 제한하는 품목은 관세만을 통한 보호로 전환하고, 그 후에는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농산물 순수입국에서 세계화는 '시장 개방의 심화,' '경쟁의 심화,''식생활의 서구화'로 나타난다. 농민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농업생산자들과 경합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식생활 서구화는 쌀 소비량이 줄고 밀가루와 축산물 소비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인데, 이는 다시 농산물 수입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농민은 농업생산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농식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유통 경로가 대형 소매점 위주로 재편되고 구매자의 교섭력이 커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여서 소규모 농가에게 불리해진다.

 

시장 개방에 대응할 농업 내부의 역량은 대체로 취약한 편이다. 농업 인력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노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농업경영을 담당할 후계자를 확보한 농가 비율은 매우 낮다. 농지는 농가 수에 비해 부족해, 경영규모가 영세할 뿐만 아니라 필지가 분산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농업정책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점차 줄이고 농가소득을 직접 지불에 의해 보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 개방에 의해 나타난 소득 감소분은 보상하되, 경쟁 심화에 대응한 구조조정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화는 농업정책 수단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국제 규범에 맞고 효율적인 정책 수단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 정부,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국의 농업은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화와 시장 개방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농가는 소비자가 원하는 농식품을 생산하여 시장을 통해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그렇지 못한 영세 고령농에 대해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다각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시장개방에 따른 소득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 이 글은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미나에서 발표할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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