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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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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협상 끝이 안 보인다
2006
기고자 배종하
농민신문 기고 | 2009년  11월  23일
배 종 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2년마다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11월 말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각료회의를 준비하는 WTO 사무국의 제일 큰 고민은 아마 각료회의에서 다룰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WTO의 가장 중대사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관한 얘기들은 의제에서 볼 수 없다. 협상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료회의에서 괜히 시끄러운 문제를 들고 나와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 사무국과 많은 회원국들의 판단일 것이다.

 

그 대신 의제로 선정된 것들을 보면 ‘WTO 활동에 대한 점검’ ‘경제회복, 성장과 개발에 관한 WTO의 기여방안’ 등인데 한마디로 ‘WTO, 이대로 좋은가’이다. 이 모든 일들이 DDA 협상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DDA 협상은 왜 이렇게 헤매고 있는가.

 

우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우루과이라운드(UR)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협상의 전체 골격을 짜고 나머지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하는 수준에서 협상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국가간 교역이 점점 커지면서 이제는 개도국도 다자무역체제의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미국이나 EU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

 

또 협상의 양상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초창기 다자무역협상은 관세감축폭 하나 정하는 협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협상의 범위도 넓어졌고 분야마다 내용이 너무 복잡해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조차 세부적인 내용을 다 머릿속에 그리기 힘들다.

 

협상의 실질은 드러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숫자놀음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농업협상에서는 민감품목과 특별품목을 얼마나 정할 것인지 범위를 놓고, 공산품 협상에서는 관세상한이 될 계수, 그리고 예외적 취급을 받을 품목의 범위를 놓고 숫자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몇%가 아니라 어떤 품목이 민감품목이 되고 예외가 되느냐이다. 품목수가 적더라도 핵심품목이 빠져 버리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하나마나한 협상인 것이다.

 

끝으로는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이다. 농업협상에서 미국이 보조금 때문에 어려운 입장에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으로서는 보조금 쪽에서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하더라도 시장개방을 통해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미국 농업협상 대표가 한참 동안 공석인데, 이야말로 협상에 불만이 있음을 무언으로 표시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협상은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정치적 목소리는 내년 말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 현장의 분위기나 진전상황으로 봐서는 내년 말에 끝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의 상황을 볼 때 제대로 가더라도 2012년 정도라야 되지 않을까 싶다.

 

UR이 8년을 끌었다고 말들이 많았는데 DDA 협상은 아무래도 10년을 채울 것 같다. 협상결과 또한 당초의 기대에 못 미치는 빈약한 모습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이 다 변해도 끝나지 않는 협상, 제네바는 또 한차례 ‘불만의 겨울’을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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