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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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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와 농소정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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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신용광
KREI 논단| 2009년 12월 11일
신 용 광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방송 및 언론매체를 통해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이 조심스럽게 전망되면서 농산물 가격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농산물 가격은 상승추세에 있지만 큰 상승이 없었다. 배추 10kg당 도매가격은 1999년 2,877원에서 2004년 2,996원, 2008년 3,847원으로 상승하였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오히려 실질가격은 하락하였다. 마늘과 같은 품목은 1kg당 도매가격이 1999년 2,230원에서 2004년 2,451원, 2008년 1,902원으로 명목가격 조차도 오히려 하락하였다.

 

  그런데 왜 장바구니 물가의 주범으로 농산물 가격이 지목되는 것일까?   우선, 농산물은 생활필수품으로 매일 일정량이 소비되는 품목이기 때문에 가격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기상여건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쉽고 가격 변동폭도 일반 공산품에 비해 크다. 더욱이 농산물 특성상 부패하기 쉽고,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많이 들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격 차이가 크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농산물 가격이 언론에서 보도되는 산지가격보다 높아 장바구니 물가의 주범으로 매번 거론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매번 등락을 거듭하는 농산물 가격을 일정수준에서 안정화시킬 수는 없을까? 시장에서 가격은 생산량과 소비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생산량과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경우 가격이 안정화된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정책담당자와 생산자(단체), 소비자 모두가 지금까지 고민해 왔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한국농정은 지금까지 수확기이후 단계인 사후적 농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수확기 가격 안정을 위한 수매제도나 산지 폐기 등은 농작물을 수확한 이후 가격을 관리하는 정부의 역할이었다. 이는 경험적으로 예산과 각종 자원이 많이 투입되며 수급불균형의 악순환에 따른 농정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후적 농정을 선제적 농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이는 갑작스러운 기상변화에도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이며, 계약재배와 비축제도, 수입제도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을 조절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생산자(단체) 측면에서는 관행적인 작목선택에서 탈피하여 합리적인 품목과 재배면적의 선택이 필요하다. 작년에 배추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올해도 모든 농가들이 배추를 재배한다면 반대로 올해는 배추 가격이 크게 하락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센터에서 발행하는 채소관측 월보와 중기선행관측 정보 같은 신뢰성 있는 자료를 이용하여 차기 작형에 대한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유통단계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은 통상적으로 산지수집상을 통해 도매시장으로 출하되고 도매시장에서 중간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유통단계가 복잡한 만큼 산지가격과 장바구니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유통구조 합리화가 필요한 이유이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장바구니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두 품목을 소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좀 더 값싼 품목으로 수요를 대체한다면 보다 쉽게 장바구니 물가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배추 김치가 비쌀 때, 무 김치 등으로 소비를 일시적으로 전환해 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농산물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경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농민과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 모두가 조금만 더 합리적인 의사 선택을 한다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어느 정도까지는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장바구니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농정담당자와 농가(단체)의 합리적인 생산량 결정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지혜도 필요하다. 이들이 합심할 때, 김치가 “금치”로 불리는 용어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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