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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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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 가격 상승과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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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화년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0년 12월호
김 화 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10년 하반기 들어서 소맥, 대두, 옥수수 등 국제곡물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10년 6월 1일 가격 대비 11월 19일 현재 옥수수 가격은 40%, 대두 가격은 33%, 소맥 가격은 29% 상승하였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러시아의 곡물 수출제한, 미국의 양적완화와 달러약세, 미농무부(USDA)의 2010/2011년 생산량 전망 하향 수정 등이 있다.

 

수출제한, 미국 양적완화, 전망 하향 수정이 요인

첫째, 원인부터 살펴보면, 2010년 여름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가 발생하여 공급불안이 확대되며 가격상승을 촉발하였다. 러시아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맞아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 피해를 입었으며, 중국은 랴오닝 성 일대의 폭우로 2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러시아 정부는 가뭄으로 인해 2010년 소맥 생산량이 전년 대비 26% 줄어들고, 이에 따라 실질국내총생산(GDP)이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하여 전 세계에 곡물 공급불안이 확산되었다.

둘째, 미국의 두 번째 양적완화(QE2)에 따라 전 세계 유동성이 증가하고 미달러가 약세가 되면서 곡물 시장에 투기적 수요가 증가한 것도 곡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2010년 11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은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매입을 통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달러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 양적 완화 전부터 미국 달러는 더욱 약세가 되었고 곡물 시장에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2010년 11월 중순 이후 다시 불거진 아일랜드 등 유럽의 국가부채 및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며 일시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곡물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것으로 볼 때 달러 가치의 변동은 최근 곡물가격 변동의 주요인임에 틀림없다.

셋째, 전 세계 선물 및 현물 곡물 중개인들은 매달 발표되는 USDA의 곡물전망 보고서(WASDE)를 참고하여 거래를 하는데, 이 보고서의 2010/2011년 생산량 전망을 2010년 8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곡물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 2010년 8월 보고서에서 전년 대비 전체 곡물 생산량 증가율이 -0.6%, 밀 -5.1%, 옥수수 2.9%였으나, 2010년 10월 전망에서는 전체 곡물 생산량 증가율이 -2.1%, 밀 -6.0%, 옥수수 1.2%로 대폭 하향 수정되었다. 이러한 생산량 전망치 하향 수정이 하반기 국제곡물 가격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서민들의 체감물가 더욱 악화

국제곡물 가격 상승세는 2011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여름 북반구에 기상재해가 집중 발생한 데 이어 겨울에는 남반구에도 기상이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곡물 공급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저수온 현상인 라니냐가 2010년 겨울 브라질 등 남반구 곡물 생산지대에 피해를 줄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요측면에서도 경기회복에 따라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곡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0/2011년도 인도의 쌀 소비는 14.7%, 중국의 대두 소비는 1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2011년 상반기까지 계획된 미국의 양적완화와 더불어 달러의 약세 기조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어 곡물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생산자물가는 0.12%p, 소비자물가는 0.27%p 상승할 것이다. 예를 들어, 소맥가격이 오르면 이번 곡물 가격변동에 따라 제분(밀가루) 가격이 26.8% 상승하며, 대두가격이 오르면 유지 및 식용유 가격이 5.5%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곡물가격이 2010년 6∼7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수입 및 유통 시차 4∼6개월을 고려하면 2011년 11월 이후부터 가격인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곡물의 가격 상승은 식품가격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어 장바구니 물가와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식품가격 상승은 체감물가 악화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도 문제이다.

 

곡물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

이제부터라도 곡물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흥국 소득향상으로 인한 수요 확대 및 기상재해로 인한 공급불안 등으로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위험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입구조 개선, 농업생산성 제고를 통한 식량자급률 향상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공동 구매 및 직접 구매 확대와 해외 농장개발로 수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적 곡물 메이저를 육성해 글로벌 메이저의 과점화에 대응하고 가격변동 리스크를 경감할 필요가 있다. 한국 중소 곡물수입회사의 합종연횡을 유도하고 아시아 내 중소 곡물 수입회사의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등 규모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레드오션화된 구미나 중남미보다는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곡물 메이저를 우선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품산업 발전을 통해 농업생산성과 생산기반을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식품산업의 발전은 국내 농산물, 식자재 등의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농업생산 증가 및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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