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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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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농업경영의 성패 좌우
3006
기고자 최세균
농수축산신문 시론 | 2011년 3월 29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만4112두, 42.3%. 이는 2007년 4월의 암소 도축두수와 전체 도축두수에서 암소가 차지하는 비율로 암소의 도축이 유난히 많았다. 암소 도축 비율은 전년 동월 대비 4%포인트 높고 가격은 전월 대비 7.9% 하락한 것이다. 암송아지 가격은 무려 15.3% 하락하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당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이 사회를 흔들고 있을 때이다. 쇠고기 수입이 증가해 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입식을 꺼리니 송아지 가격은 내려가고 암소를 내다 파는 농가가 늘어나니 암소 가격이 수소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암소 가격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2010년 한육우 사육두수는 300만두에 근접했다.

 

  5225ha, 32.9%. 이는 한-칠레 FTA 폐업지원사업에 의해 폐업한 복숭아 과수원 면적과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폐업지원사업 이전인 2003년도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한-칠레 FTA로 복숭아에 대한 관세가 10년간 철폐되고 그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는 복숭아 재배 농가의 피해를 예상해 폐업을 원할 경우 보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의 1/3에 가까운 과수원이 복숭아나무를 베어냈다. 그러나 칠레로부터 복숭아는 수입되지 않았고, 폐원만 늘어나자 가격은 올라가기 시작해 폐업지원사업 기간 중(2004~2008년)에 새로 조성된 복숭아 과수원이 2000ha 가까이 됐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정보가 농업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한-미 FTA 협상타결 당시 소를 판 농민, 복숭아 과수원을 폐업하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했거나 베어낸 과수원에 다시 복숭아를 재배하고자 하는 농민은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개방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는 얻기도, 이해하기도 힘들다. 한-EU(유럽연합) FTA 협정문은 730쪽, 양허표는 569쪽(농림수산식품부 발행 기준)에 달한다. 요즘도 협정문의 번역과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농업인들이 흔히 접하는 “○○와의 FTA, 농업/농촌 망한다”와 같은 구호나 떠도는 얘기는 농업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자신이 생산하는 농산물과 관련된 시장개방 일정, 정부의 대책 정도는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유럽연합 27개국과의 FTA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7월부터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영향을 받을 곳은 양돈, 양계, 낙농 부문이다. 그러나 관세철폐 기간이 얼마나 되고 수입쿼터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아는 농가가 몇이나 될까? 유럽연합과의 FTA는 축산업 이외의 농업분야에는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회 비준과 시장개방 개시가 다가올수록 많은 농가는 불안해할 것이다. 투매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고, 폐업을 하는 농가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가도 피해를 보고 정부 재정과 자원의 낭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 내용을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농촌지역 여론을 선도하는 농업인이나 단체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양돈, 한육우, 낙농, 과수 등 축종별 또는 품목별 생산자 교육이 지역별 교육 방식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농업인들도 체결된 협정에 대해서는 “정보가 돈”이라는 생각으로 사실을 알려고 하는 데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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