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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와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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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명환
농민신문 기고| 2011년 4월 1일
성 명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0년대 들어 벌써 두차례나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다. 2007년 호주 밀 생산 감소로 시작된 제1차 급등은 국제 곡물가격을 사상 최고치에 이르게 했다. 2010년 옛 소련 국가들의 가뭄과 수출제한조치로 시작된 제2차 곡물가 급등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2011년 2월 아프리카·중동 정세 불안과 3월 일본 지진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은 다소 진정되는 조짐이 보이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두차례에 걸친 국제 곡물가격 폭등은 자연재해로 인한 주요국의 곡물 생산량 감소, 식량·사료·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 증가, 주요 수출국의 수출제한에 따른 공급 부족, 유동성 확대에 따른 곡물 투기수요 확대, 고유가로 인한 곡물 수송비용 상승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됐다. 향후 대폭적인 곡물 생산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국제 곡물가격은 높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곡물 수요는 항구적으로 늘어난 반면 기후변화, 농업생산성 둔화 등 생산 증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적 기후변화, 곡물 수급의 불안정, 농업의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곡물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다가올 고곡가·식량 부족 시대를 대비해 식량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공급을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국내 곡물 생산기반의 유지와 이용 극대화를 통해 국내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토지자원을 이용하더라도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공급 가능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건에서는 국내 생산 못지않게 해외로부터 곡물을 안정적으로 도입해 적기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조달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최근 두차례의 곡물파동을 겪으면서 정부는 원활한 공급을 위한 대책으로 해외곡물조달시스템 구축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여기에는 국가비축제도의 도입과 국제곡물유통회사 설립이 포함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사시를 대비해 쌀은 비축하고 있으나 다른 곡물들은 그렇지 않고 있다. 이는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들은 국제가격이 변하면 그 영향이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제가격 변화에 국내 영향을 완충시켜 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곡물비축제도와 국제곡물유통회사 설립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산업은 투자 효율성이 낮고 위험성은 높아 민간부문에서 새롭게 진입하기 어렵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우선 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을 위한 결단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 그 세부적인 운영방법에 대해서는 관련 당사자·학계·정계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일본은 1960년대 중반부터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민관이 국제곡물유통업에 진출하고 국가비축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지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필요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원활히 공급키 위한 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가 식량안보를 위한 관련 부처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재정 부담은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세대의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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