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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접변의 최전선, 농촌은 기회이자 도전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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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기홍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2년 1월호
김 기 홍 (농민신문 기자)

 

 착실히 뿌리내리는 농촌의 다문화

 

 “행복한 삶은 국적과 영토를 초월해 인류 모두의 꿈이지요.”  최근 베트남에서 투자 차 지역을 방문한 바이어의 통역을 맡았던 결혼 5년차의 콱티순아오씨. 농촌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는 다문화코디네이터가 꿈인 그는 “내 가정의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며 “앞으로 아이도 낳고 베트남의 언니 아들도 입양해 열심히 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태국출신으로 결혼한 지 12년째인 코차쿤씨는 농사만으로는 어려워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3년째 하고 있다. 한국이름 ‘고자연’으로 개명하기도 한 코차쿤씨는 “앞으로 두 아들을 잘 키워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농촌에는 다양하게 뿌리를 내리며 소박한 꿈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현재 국내의 결혼이주여성은 15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국내에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의 12%이고, 국내 전체 인구의 0.3%에 지나지 않아 미미하다. 그럼에도 저출산·고령화가 급진전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빈자리를 공고하게 메워주고 있어 존재감이 크다.  

 

 농촌 결혼이주여성들의 성공사례는 인터넷 검색사이트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는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경남 함안군 대산면 금천마을 이장 박복순씨, 일본인으로 전북 진안군 부귀면 두남리에서 부녀회장이 된 오스키 사토미씨, 몽골출신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경기도 도의원이 된 이라씨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다문화에 대한 성찰로 새로운 도약 준비해야

 

 이러한 성공사례 이면에서는 다문화사회에 따른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국제결혼부부의 이혼건수는 2010년 1만 4,319건으로 나타나 같은 해 국제결혼건수 2만 6,274건의 절반을 넘는다. 더욱이 이혼한 사례의 60.7%가 결혼 5년 이내이고 1년도 안된 경우도 15.5%에 이른다.   

  

 다문화가족의 해체현상은 우리의 철저한 반성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부터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전환하였다. 다문화사회의 역사는 15~20년에 불과하다. 정책적인 이민으로 1세기 이상 다문화사회의 역사를 가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하면 그 역사는 일천하기 짝이 없다. 그만큼 충분히 준비를 하거나 진지한 반성 속에서 진행 되었다기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급급하다 보니 적잖은 혼란이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 근원은 순혈주의에 젖어 이민족에 대한 강한 배타성과 가부장제에 근거한 도구적 관점, 국제결혼 과정에서 대두되는 정보 비대칭성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 배태된 다문화성에 대한 인식으로 순혈주의의 극복과 함께, 결혼이주여성을 도구적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이들이 우리사회의 귀중한 인적자본(human capital)이자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탈농·이촌에 따른 공동화에다 후속세대의 단절로 위기에 처한 우리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분명한 대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문화를 기회이자 도전의 장으로 삼아야  

 

 결혼이주여성들이 갖고 있는 젊음·고학력·도전정신·다양성은 활력을 잃고 있는 농촌사회에는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중 언어와 국적,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이들은 향후 우리가 무한히 뻗어나갈 접촉점에 위치해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연대가 개설한 베트남어 교실에 참여하는 한국인 남편들의 경우 베트남에서 노후를 보낼 생각으로 전망있는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등 국제결혼을 제2의 인생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배우자와 자녀 등 다문화가족들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개인의 욕망과 가치가 충돌하고 계급과 인종이 뒤섞이며 인정과 갈등이 증폭되는 곳이 바로 농촌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다문화 공간이다. 최근에는 경제위기에다 복지비용의 증가 등으로 반다문화주의가 대두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삶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정보화·지구화 현상을 돌이킬 수 없듯이 다문화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로섬(zero-sum)이나 무한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질 때는 다문화의 확장성은 더욱 커진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현재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민을 통해 성장이 침체된 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문화와 문화가 접목되는 곳에서 변화와 사회혁신이 가능했고 융복합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농촌은 전통문화와 다양한 문화가 만나는 최일선이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음식과 놀이, 체험, 축제, 관광은 물론 이전과 다른 형태의 산업도 가능하다. 그래서 현재 진행형인 농촌의 다문화는 큰 기회이자 도전의 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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