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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 협상 타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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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임송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2007년 6월
임 송 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7년까지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라운드를 마친다는 목표 아래 활발하게 추진하던 협상이 다시 한번 된서리를 맞았다. 6월 19일부터 독일 포츠담에서 열린 G4(미국, EU, 브라질, 인도) 회의가 3일 만에 결렬되었다. 2006년 8월처럼 협상 중단이 선언되지는 않았지만 그 타결이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6년간 난항을 겪는 협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일반적인 협상 원칙에 비추어 현 상태를 진단하고 협상 타결 요건을 밝혀 보자.

 

실제로 원하는 것에 집중

 

첫째, 주장(position)보다 실제로 원하는 것(real interest)에 집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회원국들은 자국이 원하는 관세와 보조 감축률을 제시하고 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실제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한 다음에야 절충과 교환으로 갈등을 없앨 수 있다.

 

G4 회의에서 미국과 EU는 개도국의 공산품(NAMA) 관세감축 계수(관세 상한)로 18을 요구하였으나 브라질은 30을 고수하였다. 선진국은 개도국의 관세감축이 개도국 간 무역을 촉진함으로써 경제개발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의도는 브라질,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거대 개도국 시장에 대한 공산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증대하기 위함이다. 이 분야에 협상 실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브라질과 인도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경계한다. 중국산 제품이 관세감축으로 더욱 경쟁력을 가지고 자국 시장을 잠식하면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개도국은 미국의 농업보조가 22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로 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미국은 170억 달러까지 양보하였으나 아직 그 격차가 크다. 인도는 보조로 생산한 미국 농산물이 국민의 60%에 이르는 자국 농민의 생존권을 침해하도록 놔둘 수 없다는 태도이다. 공정한 무역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와 브라질은 농산물 수출에도 관심이 높다. 특히 브라질은 최대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을 위협하는 경쟁국으로 성장하였다. 2004년에 미국의 면화보조를 WTO에 제소하여 승소를 이끌어 낸 것도 브라질의 수출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절충이 개도국의 NAMA 계수 25와 미국의 농업보조 150억 달러 선에서 이루어질지가 관건이다. 양쪽의 분야별 이해관계가 교환되어야 협상 타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대안보다 나은 DDA 인식

 

둘째, 협상 타결이 다른 최상의 대안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인식 아래 가치창조 과정(value creating process)을 밟아야 한다. DDA 협상이 표류하면서 FTA 같은 지역협정이 봇물 터지듯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협정이 WTO와 같은 다자협정을 대체하지 못한다. 특히 경제력이 약하여 FTA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도국에 다자협정은 공통의 무역규범 속에 공정한 경쟁과 시장접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WTO는 농업보조와 비관세 장벽을 규율한다. 그래서 WTO는 개도국에 더욱 유용한 국제 규범일 수 있다.

 

미국은 농산물 수출을 실질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협상 타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서 찾은 균형이라도 대안보다 낫다면 서로 타협하여 결합이익(joint gain)을 실현해야 한다. 수출보조를 없애고 최빈개도국(LDC)의 수출 농산물에 무관세와 무쿼터를 적용하기로 회원국들이 합의한 것도 이미 상당한 진전이다.

 

객관적 기준과 합리적 선택

 

끝으로, 객관적인 기준을 사용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식량안보, 농촌개발, 생계유지의 목적으로 개도국이 요구하는 특별품목 설정은 정당하다. 그러나 특별품목의 지정에는 목적에 걸맞은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2005년에 우리나라가 포함된 G33 그룹은 16개 지표(세부 지표로는 22개)를 WTO에 제안하였고, 2007년에는 이를 12개 지표로 줄였다. 문제는 어떻게 선진국이나 수출 개도국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공신력 있는 자료를 가지고 특별품목을 지정하는가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요구는 합리적인 선택의 걸림돌일 수밖에 없으며 협상 타결을 저해한다.

 

더 나아가 지금 사용하는 보조보다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는 미국이나 현재의 실행 관세율에 미치지 않는 관세 감축률을 받아들이겠다는 개도국의 주장 모두 설득력이 적다. 협상은 주고받기를 통하여 이익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협상은 모두가 이기는(win-win) 게임이라고 한다. 지금도 러시아와 이란 등 29개국이 WTO 회원국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벌써 공은 G4에서 WTO로 옮겨 갔다. 이제부터는 영향력이 큰 4개국만이 아니라 150개 WTO 회원국 모두가 제네바에 모여 협상해야 한다. G4 논의 결과를 반영하여 6월 말까지 내놓기로 한 농업협상회의 의장의 모댈리티 초안도 7월 중순으로 일단 연기되었다. 협상 타결 가능성은 그만큼 줄었지만 급진전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협상 원칙을 되새기며 합리적인 선택을 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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