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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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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노후 준비,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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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KREI 논단| 2007년 10월 26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는 지난 10월 15일부터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초노령연금 신청을 받고 있다. 노인들의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내년 7월에는 65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한다. 2009년에는 지원범위도 전체 노인의 60%에서 70%로 확대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노인 소득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제도를 시행한다니 다행스럽다.

 

지금의 노인들은 격동의 근세사를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이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 위에서 오늘날의 풍요를 일궈낸 장본인들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졌고, 산업 역군들을 길러냈다. 그러나 자신들의 노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자녀들에게 노후를 의지하기도 여의치 않다.

 

농촌노인들의 사정은 더욱 안타깝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고령농업인들은 자녀들을 공부시켜 도시로 떠나보내고 생활을 위해 고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농사를 짓고 있다. 공무원이나 학교 선생님을 지낸 노인들은 젊어서부터 연금을 들어 노후 생활비를 마련했지만, 고령농업인들은 제도적 장치도 미흡했고 여력도 없었다. 농촌노인의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초노령연금 시행은 시의적절하다. 내실을 기해 발전시킨다면 농촌노인의 빈곤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후문제는 단기간에 해결가능한 것이 아니며, 고령농업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즉, 현재의 청장년 농업인들도 노후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고령농업인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40, 50대 농업인의 노후 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조사대상 500명 중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53.2%에 불과했다. 그나마 낮은 수준의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어 장차 받을 연금은 매우 적다.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농업인들은 앞으로도 가입할 의사가 적다. 그렇다고 배우자가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에 가입한 것도 아니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2006년도 농가경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40, 50대 중 소득으로 가계비를 충족하지 못하는 농가가 38%나 된다. 그만큼 노후준비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요즘 농촌현실에서 노후준비 운운하는 것이 한가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장년 농업인들의 노후준비는 저만치 있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코앞에 있는 ‘발등의 불’이다.

 

저출산·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져 본인이 노후를 책임져야 하게 되었다. 막상 준비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여건에 맞추어 확실한 것들을 준비해 가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서양 속담처럼 노후대비는 다양할수록 좋다. 국가는 농업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청장년 농업인들은 영농활동을 하는 가운데 이용 가능한 제도나 수단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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