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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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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경제성장과 농업 발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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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기환
KREI 논단| 2007년 10월 30일
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프리카 국가들이 저성장의 터널과 빈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07년도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와 같은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사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난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4.2%로 나타나고 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3년간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통계를 보면 분명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제 어둡고 긴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넓은 토지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는 처음부터 가난한 땅이 아니었다. 서구 열강의 무분별한 침략과 식민 통치, 그리고 해방 이후 나타난 이념의 갈등과 종족간의 분쟁으로 지역경제는 후퇴를 거듭해 왔고 땅은 황폐해졌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산에 나무가 잘려나가고 나무가 사라진 초원은 물이 메말라 농사는 물론 목축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서구 열강의 식민통치 하에서 아프리카의 농업은 통치국가의 이익을 위한 풀란테이션농업 중심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식량부족에 허덕여 왔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던 에티오피아도 내전으로 1인당 국민소득(GNI)이 16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벌판에 곡식이 가득 심어져 있지만 수리면적 비율이 2.5%인 상황에서 연 1기작의 농사를 짓고, 낙후된 재배기술과 비료 등 농자재가 부족해 생산성은 턱없이 낮다. 에티오피아 주민들의 주식인 테프(teff)는 ha당 평균 0.4톤의 생산에 그치고 있고 생산성이 높다는 밀은 1.3톤, 옥수수는 1.7톤, 쌀은 1.8톤을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집트 관개지역의 곡물 생산량 7톤에 비하면 생산성이 너무 낮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생활은 너무 고단하다. 하루 종일 산에 올라 나무 한 짐을 해 가지고 다음날 장에 내다 팔면 50센트 내지 1달러를 받는다. 인구 증가로 개간지가 확대되고 연료로 쓸 나무를 잘라낸 민둥산은 홍수와 가뭄이라는 연속적인 재앙을 만들어 내고 있다. 창문도, 굴뚝도 없는 3~5평 정도의 원통형 전통 가옥에서 7~8명의 가족이 소와 나귀, 염소와 함께 잠자며 살아가는 농촌 주민들의 삶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국민 1인당 GNI가 340달러인 탄자니아 농촌 주민들의 생활상은 에티오피아 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탄자니아 연방공화국의 한 축을 이루는 잔지바르 지역의 관개시설이나 도로 등 기본 인프라도 에티오피아 보다는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재배기술상의 문제와 낙후된 수확 기술 및 유통체계 속에서 전체 생산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이 변화의 시점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정치적인 안정이 경제적 안정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국제사회의 원조도 크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외국 투자도 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중심지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전 도시가 건축의 현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로 아프리카인들의 자각이다. 이들은 독재와 이념 대립,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무겁게 아프리카를 짓눌러 왔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2001년도에 아프리카 발전을 주도할 기구로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 AU)을 창설하였다. AU는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자행되어 왔던 인권유린과 학살,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아프리카 제국의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기구로 발전해 가고 있다.

 

세 번째로는 아프리카가 지니고 있는 발전의 가능성이다. 관개시설과 유통․가공 등 농업생산을 위한 기본 인프라가 정비된다면 농업생산성은 놀라울 정도로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에티오피아는 물론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우간다, 케냐 등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판단 하에 네델란드와 이탈리아 등 선진국가가 아프리카 농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이 아프리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쌀이 중점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 국가에서 수리시설 개선과 재배기술 향상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수준의 2-3배 증산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농업혁명의 가능성은 쌀뿐만 아니라 밀과 옥수수, 참깨, 고추, 축산, 과수 등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선진 농업기술과 자본이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아프리카의 농업과 농촌 상황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말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정치적 안정 속에서 아프리카의 농촌빈곤 해소와 농촌발전을 위해 국제사회의 대규모 투자와 국가의 개발 역량이 모아진다면 분명 아프리카의 농업과 농촌 발전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아프리카가 지닌 발전 가능성을 보고 중국과 일본이 이 지역에 대한 개발협력과 교역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2008년도 7월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농촌사회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2회 세계농촌사회학대회에서 운영할 ‘아프리카 빈곤 탈피와 농촌개발 특별 포럼’은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 간 상호 협력의 틀을 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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