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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리고 미래의 고령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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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정섭
농민신문 칼럼 | 2007-11-09
최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신임 연구원들이 최근 ‘10년 후 농업’을 현장에서 전망해 보자는 취지에서 5개 마을 90여농가를 방문해 조사했다. 이틀간 조사를 마친 연구원들은 “현재로선 마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젊은 마을 지도자에게서 희망을 보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상 마을의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점도 있지만, 연구원들은 고령 농민의 문제를 피부로 느꼈다고 전했다. 농업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고령화와 후계인력 확보’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또 대부분의 고령 농민은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게 됐고, 앞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한 농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40% 이상의 고령 농민이 질병을 앓고 있는데도 교통수단이 부족해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동수단이 없는 농촌 노인에게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건강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 돌봄’ 같은 사업은 적은 예산으로도 시범적으로 실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감으로써 억대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많이 나타났다. 우리 농업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불충분한 소득과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다수의 고령 농민이 존재한다. 시장 개방에 대응해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령 농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61세가 넘는 농업경영주의 75% 이상이 연간 200만원 이하의 국민연금 등 공적(公的) 이전소득을 수령하고 있다고 한다. 2003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농가들에게 노후대책을 묻자 55%가 ‘계속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답했다. 연금 등의 소득이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부득이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고 이것이 경영이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64세 이하 농민 500명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53%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민이 매월 2만~6만원밖에 납입하지 못해 노후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더 많이 내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미국·독일은 노인 소득 중 공적 이전이 70%에 달하는 반면, 한국과 대만은 극히 낮다. 게다가 우리 농민의 국민연금 불입액과 수령액은 도시민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진행된 일본은 1970년부터 국민연금 외에 ‘농업자 연금’을 실시하고 있다. 이중(二重)의 소득안정장치가 작동하고 있어 고령 농민이 은퇴하기 쉽고, 그만큼 농지의 규모화와 농업구조 개선에도 용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의 40대 내지 50대 농민은 미래의 고령 농민이다. 이들의 노후대책이 확실할 때 농업의 미래에도 희망이 보일 수 있다.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렵더라도 지금부터 노후 대책을 감안해 농가경제를 운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농민이 가진 농지 등 고정자산을 정기적인 현금 소득으로 바꿀 수 있는 수단인 ‘농촌형 역모기지’ 상품도 실효성을 갖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농민이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농정으로 보완한다면 밝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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