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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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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출국, 가격폭등에 대응 수출규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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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2007년 11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금년들어 세계 곡물가격 폭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한 품목만이 아니라 소맥을 비롯하여 옥수수, 대두, 쌀 등의 가격 폭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에탄올 수요로 그동안 옥수수가 곡물의 가격상승을 주도해 왔다. 이어서 지난 10월까지 소맥이 그 기록을 경신해 왔다. 11월부터는 대두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정세다. 대두는 11월 23일 시카고시장가격이 부셸당 11달러를 넘어서는 등 1973년 8월 이후 34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국·수입국 간 물량 쟁탈전 가열

 

문제는 가격상승만이 아니다. 소비량 확보도 심각한 문제다. 주요 수출국들은 국내 물가안정에 우선하여 수출수량 제한이나 수출세 인상을 통한 소비량 확보에 열심이다. 수입국은 수입관세 인하를 통하여 수입량 확보에 대응하는 현상이 세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수출국과 수입국의 물량 쟁탈전이 가열될수록 가격은 뛰어오르는 악순환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  

 

호주 상황이 심각하다. 호주는 최근 4년 연속 한발의 영향으로 곡물생산과 축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쌀, 소맥, 사료곡물 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호주는 한 때(2000년) 쌀 126만 톤 생산에 62만 톤 수출을 기록한 적이 있다. 12월에 파종하여 이듬해 5월에 수확한다. 금년도는 쌀에 대한 관개용수 할당을 완전 중단하여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는 농가만이 쌀 재배를 할 수 있다. 2008년산 쌀 생산은 재배농가 30호에 1만 5,000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농업신문, 2007. 11. 19>

 

인구대국 인도는 지난 10월 초 쌀과 소맥 수출을 금지하였다. 인도는 연간 400만 톤 정도를 수출하는 세계 3대 쌀 수출국이었으나 일부 고급 쌀을 제외하고는 배급량 확보와 재고관리를 위해 수출을 중단하였다.

베트남은 태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이다. 금년도 기상재해로 쌀 생산이 감소하자 국내 소비량 확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신규수출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캐나다에 이어서 세계 3위의 소맥 수출국이자 세계 5위의 대맥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11월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소맥에 10%, 대맥에 30%의 수출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12월 하원선거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정 물량을 확보하여 국내 식품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이것이 국제가격을 인상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우크라이나는 11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소맥, 대맥, 옥수수, 호밀 등 네 가지 품목에 대해 120만 3,000톤의 수출할당제를 실시하여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할당량은 수출가능량 401만 톤의 30%에 불과하다. 이유는 빵과 같은 국내 식품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브라질과 함께 2대 수출대국으로 꼽힌다. 국내 가격안정을 위해 아르헨티나는 11월 7일, 소맥, 옥수수, 대두 등에 부과하는 수출세를 인상하기로 결정하였다.

 

중국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옥수수 수출을 규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중국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나라는 수입선을 시카고시장으로 전환했고, 시카고시장에서 가격상승을 유발시키기도 하였다.

 

EU는 소득보상직불제 수급요건으로 10%의 생산조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생산조정은 당초 생산과잉 방지가 목적이었으나 최근 환경보전효과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11월 20일 EU 집행위는 공동농업정책(CAP) 개정안을 발표하였는데, 생산조정의 폐지가 제안되었다. 세계 곡물수급의 긴박한 상황을 고려한 정책전환이다.

 

현재 EU의 생산조정면적은 380만ha에 달한다. 여기에 연료작물 재배는 허용되고 있다. 이를 제외한 160~290만ha의 농지가 생산에 복귀하면 1,000만 톤 내지 1,700만 톤의 곡물이 증산될 것으로 EU 당국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EU는 곡물수입을 늘리기 위해 2008년 6월까지 수입관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하였다.

 

WTO 농업협정에는 수입국에 대해서 수입수량 제한을 인정하지 않고, 또 관세인하를 강요하고 있다. 반면에 수출국과 수입국 간의 대립을 상정하여 농산물 수출국이 수입국의 식량안보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공정한 무역 규칙 확립과 국내 생산력 유지가 과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수출국과 수입국간에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WTO농업협정 12조에 의하면, 수출국이 수출세 인상이나 수출수량 제한 등 수출규제를 실시할 때는 ‘WTO에 통보’하거나 ‘수입국의 요구가 있는 경우 협의’하는 정도의 규정에 불과하다. 그래서 수출국은 자국의 소비자 입장을 중시할 때는 간단히 수출 제한이나 중단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손실은 그대로 수입국에 전가되는 것이 현행의 무역규율이다.

 

현재 지구촌에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석유위기와 식량위기 등 두 가지 지뢰가 언제 폭발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이 불평등한 무역 규칙과 악화되는 상황 아래서 수입국은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대외적으로는 DDA 농업협상에서 공정한 무역규율을 확립하는 한편, 국내 농업의 생산력을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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