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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관심 모아 농업·농촌의 활로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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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7년 12월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표현할 만하다.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변화가 그 어느 해보다 많았다. 농정의 본질적인 과제라 할 수 있는 식량 안보, 식품 안전성, 농촌사회 양극화 등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반면에 이렇게 중요한 이슈가 농업계에서 공론화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농업·농촌의 위협 요인을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주요 이슈가 공론화되지 못한 아쉬움

 

연초부터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심상치 않더니 최근에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미국의 옥수수가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공급되면서 품귀 현상을 보이자 밀이나 콩 등의 국제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국내 식료품값 또한 줄줄이 따라 오르고 있다. 식료품비 상승은 서민 생활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사명을 지닌 농업계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비근한 예로, 밀가루 값이 오르면 서구 음식의 수요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미래 고객인 청소년들에게 생명산업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다. 국제 가격의 상승에 따라 우리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도 희망적인 요소이다. 10년 전에 중국 흑룡강성 쌀이 가마당 2만 5천원으로 내외가격차가 다섯 배나 되었는데, 지금은 4만원 수준이라니 그만큼 우리 쌀의 경쟁력이 향상된 셈이다. 우리도 생산비를 좀 더 낮추면 고품질쌀의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4월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된 것이 축산업계에는 커다란 위기였지만, 검역 과정에서 뼈있는 쇠고기가 발견되면서 국민들에게 식품안전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이 사육부터 판매 단계까지 확대되었다. 또한 친환경농산물인증 및 우수농산물(GAP) 인증 등 다양한 인증제도를 통해 농산물의 품질이 고급화되고, 농장에서 식탁까지 철저하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가 정비되었다.

 

식품산업이 농림부의 주요 업무로 자리잡게 된 것도 커다란 변화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0월에 「농업·농촌기본법」을 전면 개정하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시장개방 진전으로 농업의 수익성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농산물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제고는 소득 증대를 위한 농업인들의 염원이었다. 이제 식품산업과 국내 농업을 밀접하게 연계시켜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국민의 식단을 양적 및 질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노력 필요

 

경기침체로 농촌사회 양극화의 골이 깊어진 것은 문제이다. 농업교역조건은 근년에 다소 호전되어 2006년 말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78% 수준으로 개선되었으나,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은 도시가구보다 2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후계인력 부족으로 농촌사회가 고령화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결혼이민자의 다문화가정은 늘어가고 있다. 소득 문제만이 아니라 농촌사회 전반의 양극화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농업구조의 양극분화는 미래지향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 농업이 평균적으로는 소농구조라고 하지만, 근년에 들어 대농의 생산 비중이 현저하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구조조정이 빠른 축산업은 10년 전보다 농가수가 30% 수준으로 줄었으나 총생산액은 두 배나 늘었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40대 농업인의 소득이 같은 연령대의 도시근로자보다 높다는 것은 농업경영이 평생직업으로 손색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민기초생활보장과 농업인연금 제도를 통해 노후생활을 보장하고 경영이양을 촉진하면서 젊은 농업경영자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을 애정으로 이어가야

 

이즈음에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애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농업계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한다. 농업투자에 대해 아직도 각계의 이견이 많다. 소비자들은 국제 시세보다 비싼 우리 농산물에 대해 불만이고, 정치적으로 농업을 편애하면서 소비자 보호는 약하다고 정부 정책을 꼬집는다. 납세자들은 농업투자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인식하고, 재계는 농업 보호가 경제 선진화의 발목을 잡는다고 혹평한다. 예산당국은 가격지지나 보조금정책 같은 재정지원이 비효율적인 농업을 온존시키고 구조조정에도 역행하는 과보호적인 농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비농업계의 이런 견해가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칫 국론 분열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한국 농업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발전 방향에 공감하는 것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경제외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국경조치를 비롯한 국내 농업보호의 수준과 아울러 농업생산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농정이념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무자년 새해에 출범하는 새 정부의 농정이 21세기 한국의 농업과 식품산업 그리고 농촌의 미래를 향해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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