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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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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세계농업 회고, 3대 위기의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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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7년 12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7년 세계농업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각국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한편, 광물·석유·식량 등 자원확보를 둘러싸고 쟁탈전이 치열했던 한 해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기상위기, 석유위기, 식량위기 등 ‘3대 위기’가 등장, 석유위기와 기상위기가 곡물시장에 충격을 가하여 식량위기를 유발하는 구도가 형성되었고, 또 3자간 상호작용으로 위기는 증폭되었다.

 

바이오에너지 수요증가로 식량부족 가속화  

 

2007년 1월 말 미국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2017년까지 가솔린 소비량을 20% 감축하고, 이를 바이오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발표하였다. 바이오에너지 소비를 늘려서 석유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에너지안보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부시 대통령은 식량안보도 강조하고 있다. 식량수출국이면서도 “식량자급은 국가안보 문제다. 식량자급이 불가능한 국가의 존립은 상상하기 어렵다. 국제적 압력과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 위하여 미국은, 2006년 바이오에너지 생산량 50억 갤런의 7배에 상당하는 350억 갤런을 10년 후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을 계기로, 중국, 일본, 유럽, 인도, 브라질 등지에서 바이오에너지 열풍이 불었다. 원료조달, 기술개발, 생산증대 등 바이오에너지시장을 둘러싼 주요 국가의 경합은 치열해졌다. 2007년부터 미국은 에탄올 원료용 옥수수 수요가 수출량을 능가하는 등 세계 전체의 옥수수 수급을 교란시켜, 가격폭등을 불러왔다. 가격폭등은 대두와 소맥 등으로 파급되어 2007년 식량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촌 농업생산을 제약

 

지구온난화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4월, 5월 3차례에 걸쳐 유엔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4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여기서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촌에서 경제활동과 인류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생물다양성 파괴와 농업생산 감소 등으로 인간의 생존기반 붕괴를 경고하였다. IPCC는 인간 활동에 의해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소비되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면서, 기후변화와 그 영향, 적응방안과 완화방안 등에 관하여 과학적·기술적·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포괄적인 평가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또 10월에는 미국의 고어 전 부통령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종과 대책을 강조해온 것을 평가받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선진국·개도국 등 180개국이 참가한 유엔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로드맵이 결정되었다. 2008년 폴란드회의, 2009년 덴마크회의를 거쳐 포스트 교토의정서를 결정하는 일정이 마련되었다.

 

지구온난화와 농업과의 관계는 이중적이다. 농업은 지구온난화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다. 농업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주로 메탄과 아산화질소이며, 이산화탄소와 같이 대기 온도를 상승시킨다.

 

지구온난화는 농업생산 증대효과와 감소효과를 동시에 가지지만 감소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또한 한발이나 홍수 같은 기상이변에 의한 생산감소가 식량위기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농업은 지구온난화의 피해자이다. 일정한 농업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에 적응하는 대책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대책이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식량안보 확보가 2008년 한국농업의 과제

 

곡물수급의 위기적인 상황은 2000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생산정체’와 ‘수요증가’가 기본구도다. 전자는 식부면적, 단수 등의 제약에 의한 것이며,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가 지배적인 요인이다. 후자는 총인구, 1인당 소비량, 에너지용 수요 등이 요인이다. 인구대국 중국·인도·러시아 등에서 총인구와 1인당 소비량 증가가 현저하다. 바이오에너지 소비확대도 중요한 변수이다. 공급부족은 재고로 충당해 온 결과, 곡물재고율은 2000년 30.4%에서 2007년 15.0%로 반감하고 있다.

 

곡물가격은 2006년 10월 이후 급등하고 있다. 호주의 한발에 의한 소맥가격 상승을 시발로 미국에서 에탄올 수요로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였다. 이어서 대두가격이 상승하고, 소맥가격이 폭등하는 정세는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 곡물시장에 투기자금이 가세, 가격상승기조에 편승하여 가격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주요 수출국의 수출제한 등 불공정한 행위가 나타나고, 수입국은 수입물량 확보에 나서는 등 식량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3대 위기’로 상징되는 2007년 세계 농업문제는 고스란히 2008년으로 이어진다. 당초 2007년 12월까지 모델리티 타결 예정이었던 DDA 협상도 선진국과 개도국의 각축 속에서 대폭 지체되고 있다. 동시다발적 FTA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협상에서 공정한 무역규율 확립을 전제로 하여, 한국 농업은 지구온난화 방지에 공헌하면서, 농지·인력·기술 등이 뒷받침된 안정적인 생산력 증진을 통하여 식량안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새해 한국농업에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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