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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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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08년 1호문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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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정길
KREI 논단| 2008년 02월 01일
정 정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사무소장)

 

“농업기초건설 강화를 통한 농업발전과 농민소득 증가 가속화”를 주제로 한 중국의 2008년 1호문건이 발표되었다. 삼농(三農: 농업, 농촌, 농민)문제가 2004년부터 5년 연속 1호문건의 주제로 채택된 것이다. 1호문건은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이 공동으로 당해 연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하는 문서이다. 따라서 1호문건의 내용을 통해 그 해 중국의 국정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2008년은 중국에게 매우 의미 깊은 한 해이다. 대내적으로는 중국공산당 17차 대표대회에서 결정된 국가발전 전략과 정책이 시행되는 첫해이자 개혁 개방 30주년이 되는 해이며 대외적으로는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되는 해이다. 이와 같이 국내외적으로 특수한 상황을 맞는 2008년의 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농업ㆍ농촌발전과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안정적 유지가 절실하다.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

 

삼농문제는 2004년 이후 연속 다섯 번째, 개혁 개방 30년 동안 열 번째 1호문건의 주제로 선정되었다. 개혁ㆍ개방정책 도입 초기 농업의 안정적 발전 없이는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어렵다고 보고 중국정부는 1982년부터 5년 연속 삼농문제를 1호문건의 주제로 삼았었다. 그리고 18년만인 2004년부터 또 다시 5년 연속 1호문건의 초점을 삼농문제에 맞추고 있다. 개혁ㆍ개방 이래 성취한 경제발전의 혁혁한 성과에 견주어 농업ㆍ농촌 발전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지금의 삼농문제는 개혁ㆍ개방 초기 못지않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 수년간 농민소득 증대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농간 소득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의 도농간 소득격차는 개혁ㆍ개방 첫해인 1978년 2.17대 1에서 2007년에는 3.12대 1로 오히려 더욱 확대되었다. 해가 거듭할수록 삼농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더욱 강해지는 데는 이러한 농업ㆍ농촌의 현실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삼농문제 해결은 사회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2007년은 중국 국민들이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고를 뼈저리게 체험한 한 해였을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당초 정부 예상치(3%)를 훨씬 초과한 4.7%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와 같은 물가상승을 주도한 것은 바로 농산물이었다. 특히 중국인들에게 식량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식품의 하나인 돼지고기 가격이 5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필두로 계란 등 각종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하였다. 그 결과 “시장바구니(菜籃子)” 문제가 일반 백성에서부터 중앙의 정책결정자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에게 한 해 내내 큰 관심거리가 되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07년 12월 초에 물가상승 억제대책을 내 놓았다. 생산력 증대를 통한 주요 농산물 공급 확대, 식량 등 주요 농산물의 비축 조절 강화, 주요 농산물과 기초식품 수급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시장의 관리 감독 강화 등이 핵심내용이다.

 

2007년 12월 23일 개최된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2008년 1호문건에 대한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는데 결국 농업문제로 귀결되었다. 2008년 1호문건의 핵심명제는 과거 농업정책의 강화판으로 농업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표명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주요 농업정책을 철저히 시행하여 농산물의 효율적인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그 내용 가운데 과거의 정책과 다른 하나의 중요한 표현이 등장하였다. 농산물의 효율적인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이전의 “농업 지지 및 보조(支农惠农)”정책에서 “농업 강화 및 보조(强农惠农)”정책으로 바뀐 점이다. 지원이나 보조만으로는 농업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보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도모하였다. 비록 글자 한 자의 차이에 불과하나 그 의미는 크게 다르다. 이는 현 단계에서 농업의 중요성 인식과 함께 󰡒삼농문제󰡓해결을 위한 중국 정부의 치밀한 대응자세를 보여준다.

 

농업기반 강화 등 삼농문제 해결 방안 제시

 

이와 같은 배경 하에 중국정부는 또 다시 삼농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2008년 1호문건에서 삼농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정부가 제시한 주요 정책방안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농업기반 강화를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 도입 가속화, 주요농산품 기본공급의 확실한 보장, 농업 인프라 건설의 완벽한 추진, 농업과학기술과 서비스체계의 기본 골격 강화, 농촌 기본공공서비스 수준의 점진적 제고, 농촌기본경영제도의 안정적 개선과 농촌개혁 심화, 농촌 기층조직 건설의 견실한 추진, 삼농문제에 대한 당의 업무 강화 및 개선 등이다.

 

1호문건에서 제시한 각종 정책의 확고한 시행을 통해 농업발전과 농민소득증대를 이루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현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2008년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집권2기가 시작되는 해이다. 집권1기의 4년 내내 삼농문제 해결에 혼신의 힘을 쏟고도 부족하여 올해 또 다시 삼농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니 남의 나라 지도자지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13억 인구 중 3분의 2가 농업인구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농업과 농촌과 농민 문제가 곧 사회문제이고 국가중대사라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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