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일본, 농업의 6차산업화로 농촌활성화
10241
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8년 02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시장개방의 급류 속에서 영세한 농가들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농산물 가격하락에 의해 생산축소와 소득감소의 과정을 겪고 있는 일본 농업에서 6차산업화가 등장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이다. 이후 활발하게 전개되어 농촌지역에서 고용창출과 소득확보를 통하여 지역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6차산업화란 농업의 생산, 가공, 서비스의 융합

 

농업의 6차산업화란 농업이라는 1차산업을 출발점으로 하여 농산물 가공(2차산업)과 직판장이나 음식업, 숙박업, 관광업 등 (3차산업)을 농촌지역에서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농업은 종래 생산측면만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 때문에 2차 산업의 식품가공은 식품제조업의 영역으로, 또 3차산업의 농식품 유통, 농업·농촌관련 정보 및 서비스, 관광 등도 도시의 도소매업, 정보산업, 관광산업의 영역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 결과 농업에서 파생하는 부가가치와 고용기회가 공업이나 도시로 이전되어 농업성장은 정체 내지는 축소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식품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농업소득이나 농촌고용과 무관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6차산업화의 개념이다. 농업의 생산, 가공, 서비스의 단순한 집합(1차+2차+3차산업=6차산업)으로는 불충분하다. 이들 산업의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융합(1차×2차×3차산업=6차산업)을 의미한다. 지역에서 3자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농업이나 농촌이 쇠퇴하면, 즉 지역에서 1차산업이 소멸한다고 하면 0×2차×3차=0이 되어, 6차산업은 성립할 수 없다. 지역에서 농업과 농촌이 활력을 가지고 건전하게 존재해야만 6차산업이 성립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세한 농업구조를 가진 중국에서도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농업의 산업화’라는 노선을 지속하고 있다. ‘용두기업’이라는 식품가공이나 유통 기업이 다수의 농가와 조직하여, 농가의 농산물 구입을 보증하고 농가는 농산물 수량과 품질을 보증하는 계약거래를 행하고 있다. 용두기업은 농민의 ‘수직적 통합’ 구조이며, ‘농외’에서 진입한 기업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농가 간의 이해대립과 농업수입의 농외유실 등으로 농업발전에 한계가 노출되었다. 중국은 농민전업합작사법(農民専業合作社法)을 제정하여 2007년 7월부터 새로운 방식의 농가조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6차산업화는 ‘농업내부’에서의 ‘수평적 통합’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농업 산업화와는 차이가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전업농 주도에 의한 사례이다. 고찌현(高知県) 히가시츠노촌(東津野村)에서는 쌀, 채소, 축산을 연계, 유기 생산하여 도시주민과 직거래를 실시하고 있다. 저농약 쌀·유기 채소의 직거래, 뽕나무밭 닭 방목, 비육우 방목 등이 중심활동이다. 여기에 목재가공·주택건설을 하는 제3섹터도 설립하는 등 6차산업화로서 지역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

 

둘째 여성·고령자에 의한 사례이다. 여성이나 고령자는 농업만으로 생계를 꾸려갈 필요성이 낮아서 쉽게 착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오이타현(大分県) 구니사키정(国東町)에서는 신선 농산물과 특산품 판매, 농산물가공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지역주민과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농가 소득향상과 농촌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효과를 얻고 있다.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여성 20여 명이 지역 농산물의 직판부문, 향토음식 시식부문, 제분·제면·과자 등 가공부문 등의 영업을 하고 있다. 직판장의 농산물 판매활동을 계기로 최근 채소 식부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생산 품목도 다양화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셋째,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례이다. 기후현(岐阜県) 시라카와촌(白川村)은 지자체 주도로 쌀 대체작물로서 메밀을 장려하고, 직영 가공시설을 설치하여 메밀 가공품을 제조하고 있다. 메밀꽃 경관과 가공체험 등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특별촌민제도를 도입, 이를 상대로 농산물 택배를 실시하고 있다. 마을별로 차공장을 설치하여 차생산을 확대하고, 목재생산과 주택건설 등 임업부문을 포함한 6차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성공의 관건은 지역단위의 조직화와 인재 육성

 

일본의 6차산업화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추진주체는 전업농을 비롯한 여성·고령자 등 농업인 조직, 농촌마을, 그리고 지자체, 농협 등이며, ‘농가단위’보다는 ‘지역단위’로 소득확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둘째, 지역의 다양한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셋째, 전반적으로 시설은 국가보조 등에 의해 지자체나 농협이 설치하고, 운영은 생산자 조직이 담당하고 있다. 넷째, 농업생산을 기본으로 하면서, 가공, 지역특산품 개발 및 판매, 농촌관광 등을 복합적으로 추진하여 소득증대를 실현하고 있다.

 

6차산업화란 기업적인 경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감소에 대응하여 생산자의 조직화로 고용과 소득을 확보, 생활의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추진주체로서의 인재 육성과 지역실정을 감안한 적절한 목표수립이 성공의 관건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