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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6차 협상 결과와 향후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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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FTA농업협상| 2008년 02월
어 명 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EU FTA 제6차 협상이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작년 5월 협상을 시작한 이래 8개월간 여섯 차례의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상품양허, 즉 관세 인하계획과 자동차 기술표준 분야는 논의되지 않았다.

 

EU, 농산물 세이프가드 도입 수용

 

상품양허 분야가 제외된 표면적인 이유는 EU가 우리 측에 최소한 한·미 FTA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민감품목의 예외적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상품양허보다는 다른 분야의 협상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EU측이 IBM사에 의뢰한 ‘지속가능성 영향 평가(Sustainability Impact Assessment; SIA)’ 결과에 따라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또한 동시에 한·EU FTA 협상 출범의 기폭제가 되었던 한·미 FTA가 양국 의회의 비준 등의 암초로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어 협상 초기와 달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6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분야에서 농산물 세이프가드(ASG)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는 성과가 있었다. EU는 우리 측이 제안한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항을 수정 없이 그대로 수용하여 합의하였다. 농산물 세이프가드는 적용대상 품목의 수입물량이 사전에 정한 수준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관세를 높이는 보호장치로서 피해조사 등 별도의 사전절차없이 발동할 수 있다. 다만, 농산물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물량과 발동 세율 등 구체적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양허협상 과정에서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양측은 WTO 농업협정의 특별긴급관세(SSG)와 수입부과금(mark-up) 등 WTO 협정상 제도는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위생·검역(SPS) 분야는 지난 5차 협상에서 대부분 합의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지역화 인정 절차와 육류 수출작업장 승인 절차를 주로 논의하였다. 우리나라는 EU측이 5차 협상 결과를 반영하여 수정 제시한 통합협정문에 우리 의견을 추가한 재수정안을 통보하였다. 지역화 인정 절차가 EU의 수정안과 비슷한 입장이므로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육류 수출작업장 문제는 EU가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절차를 명시한 데 대응하여 수입국의 권리 확보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하였다.

 

신선 농산물 원산지 기준 잠정 합의

 

농산물 원산지 기준은 신선 농산물(HS 1류부터 14류까지)의 경우 자국내에서 재배 또는 사육한 것만 원산지로 인정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하였다. 우리나라는 EU에 대한 가공 농산물 수출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공 농산물(HS 15류부터 24류까지)의 경우 제3국산 원료를 사용한 경우에도 원산지로 인정하자는 내용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가공 농산물 원산지 문제는 EU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아 3월 초로 예정된 다음 임시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공산품을 포함한 원산지 협상의 전체 타결은 기술적 검토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적재산권 분야 전반에 걸쳐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었으나, 지리적 표시(GI) 분야는 보호대상 품목의 범위에 관한 논의에서만 다소 진전이 있었다. 양측은 일반 농식품의 경우 각기 상대국에 지리적 표시 보호를 요청하는 품목요약서를 제공하고, 검토 결과 문제가 없으면 각자 해당 법규에 따라 등록한 후 보호하기로 합의하였다. 우리나라는 EU가 보호 신청한 농식품은 ‘농산물품질관리법’, 주류는 ‘주세법’의 등록 및 보호방식을 각각 적용하게 된다. 다만, 포도주와 증류주는 EU의 보호품목 수가 우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보호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협상 최종단계 전략 수립 필요

 

이번 협상에는 중요한 쟁점 분야인 상품양허와 자동차 기술 표준 분야가 포함되지 않아 괄목할만한 성과는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품 양허 이외의 분야에서는 대체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많은 분야가 협상의 마무리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농업분야는 EU측이 IBM사의 SIA 보고서가 나오는 2월 이후 최종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SIA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의 FTA 체결이 EU의 경제, 사회는 물론 환경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우리 측 양허안을 대폭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일 부정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오히려 한·미 FTA보다 더 높은 수준의 양허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농업분야도 조만간 EU측이 관심품목을 제시하면 생산자 단체 및 품목 전문가들과 연계하여 우리 측의 최종 입장을 검토하는 등 최종 단계의 전략을 미리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EU측 요구의 핵심이 한·미 FTA 수준의 양허라는 점을 감안하여 양허 제외 품목과 관세 부분 인하 품목, 그리고 10년 이상 장기간 양허품목 등으로 세분된 우리 측의 최종적인 양허안을 준비해야 할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등 반대급부에 대해 업계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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