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물가불안 시대 농업관측정보 의의(意義)의 재조명
7701
기고자 권오복
KREI 논단| 2008년 3월 24일
권 오 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산물 가격, 왜 불안한가?

 

최근 세계 곡물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나라 안팎으로 물가안정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해 밀과 콩을 비롯한 일부 수입곡물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라 일반물가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산 농산물 중에도 작년에는 김장용 무, 배추를 비롯해서 딸기, 양파, 토마토 등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가격 등락을 나타냈다. 작년 한해 가격 변동률이 딸기의 경우 250%, 양파는 180%에 달했다.

 

최근 옥수수와 같은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세는 바이오연료 생산용 곡물과 개도국들의 곡물 수요 증대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반 농산물 가격이 공산품 등 타 상품에 비해 불안정한 이유는 첫째,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공급은 농지, 농가의 노동력 등과 같이 변화시키기 어려운 생산요소에 의존하고, 생산계획에서부터 수확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어 비탄력적이다. 농산물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공산품과 같이 바로 생산이 늘어날 수 없다. 농산물 수요 역시 농산물 자체가 생활필수품이고 공산품에 비해 대체재가 적어 비탄력적인 특성을 지닌다. 농산물은 비싸도 먹지 않으면 살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보니 물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큰 폭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둘째, 농산물 가격은 계절성이 있다. 수요 측면에서 여름철 삼계탕 특수와 같이 계절별로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공급측면에서는 수확기에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수확한 농산물의 재고가 소진되는 단경기에는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농산물 가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같은 농산물이라도 지역에 따라 생산성과 생산방식이 다르고 원료 및 제품의 수송비 차이 등으로 인해 지역별로 농산물가격이 다를 수 있다.

 

농업관측정보, 농산물 가격 안정에 기여

 

과거에는 정부의 수매비축이 농산물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제도는 농산물 가격이 쌀 때 정부가 사서 비축해두었다가 비쌀 때 시장에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제도였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무역질서 하에서 정부가 농산물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대폭 줄어들었다. WTO체제에서는 경쟁 또는 시장에 왜곡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유통개선과 정보 확산 등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간접적인 개입에 의존하는 방법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중 시장정보의 하나인 농업관측정보는 농축산물의 과잉·과소 생산·출하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배추 재배의향면적이 예년수준보다 지나치게 높게 조사되어 큰 폭의 가격하락이 예상될 경우 재배면적 축소를 유도하여 과잉생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1999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농업관측사업은 농축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재배의향, 파종면적, 작황, 예상 생산량, 출하량, 재고량, 가격동향 등을 수집·분석하여 농축산물의 수급과 가격을 예측하고 그 결과를 홍보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현재 주요 채소, 과채, 과일, 쌀, 축산물 등 29개 품목의 관측정보가 생산자는 물론 유통업계 종사자, 중앙 및 지방정부 관련 공무원 등에게 전달된다. 국내외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이 심화될수록 농업관측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해외정보 수집 체계 강화 등 관측사업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여 관측정보의 정확도와 신뢰도 제고가 요구된다.

 

소비관측도 필요하다

 

그동안 농업관측은 생산자인 농업인을 대상으로 산지가격 전망과 같은 생산자 위주의 정보 생성, 보급에 역점을 두어왔다. 앞으로는 생산자를 위한 농업관측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농축산물 소비행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비 관측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농축산물 수급을 안정시키려면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어내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농축산물 가격 정보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호응과 요구 확대 추세에 부응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소비관측이 본궤도에 오르면 물가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비관측의 범위, 대상, 전달 방법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