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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농사의 동반자, 농작물재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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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농민신문 칼럼| 2008-08-18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올여름 변덕스러운 날씨로 기상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장마기간이라고 예보했으나 마른장마가 계속됐고, 주말이면 일기예보가 틀려 나들이를 망친 국민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사람들은 슈퍼컴퓨터(예측 모델)의 성능이나 기상예보관의 전문성을 탓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최근의 기상 상황도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상이변은 특히 농업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올해도 국지적으로 우박·집중호우·돌풍 등이 발생해 농작물과 비닐하우스 등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번 태풍 ‘갈매기’는 비교적 잘 지나갔으나 앞으로 2~3개 태풍이 더 지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미리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농업재해를 완벽하게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발생 자체가 불규칙하고 범위가 넓으며 규모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해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물리·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각종 농업재해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을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과·배 두품목을 대상으로 했으나, 지난해부터 10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금년에도 시범사업 품목 5개가 추가돼 15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2007년까지 7년 동안 3만9,000여농가가 2,062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영농을 재개할 수 있었다. 보험금이 없었다면 이들 농가의 상당수는 영농을 중단하거나 빚더미에 올라앉았을 것이다.

 

올 4월 현장에서 만난 경북 청송의 포도농가를 예로 들어본다. 이 농가는 그동안 3만3,000㎡의 포도밭에서 별 탈 없이 매년 2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그런데 2007년 6월8일 돌풍을 동반한 우박으로 포도밭이 완전히 결단났다(조사 결과 96% 피해). 다행히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1억6,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평년수입에는 못 미치지만 큰 어려움 없이 올해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농가가 지난해 부담한 보험료는 260만원이었다. 숫자상으로만 따지면 60배가 넘는 보험금을 받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보험료의 몇십배를 보험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 이 농가는 포도농사만 전업으로 하다보니 평소 이를 망치면 파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농협 직원이 보험가입을 권유, 처음부터 흔쾌히 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심하고 농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상이변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재해보험부터 가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두품목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전업농가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는 경영비의 필수항목이 된 것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시행된 지 8년째로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정부에서는 대상 품목과 대상 재해를 계속 확대하며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내년도 시범사업 실시를 목표로 벼에 대한 준비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우며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 정부와 농가의 긴밀한 협력 아래 농작물재해보험이 농가 경영안정 수단으로 하루빨리 정착,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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