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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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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미래는 젊은 영농인 유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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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KREI 논단| 2008년 9월 18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짧은 추석과 여름휴가를 고향에서 보내며 오랜만에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20∼30년 전엔 여름이면 젊은이들이 몰려다니며 품앗이로 힘든 일은 나누고, 때로는 수박서리, 천렵 등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추석이면 외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와 북적였다. 그에 비하면 요즘은 적막할 정도로 모든 게 변해버렸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고향은 그대로이다. 정겨운 목소리로 무엇이든 함께 나누려는 이웃들이 있지만 아저씨(필자는 아저씨라고 칭하지만 사실은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들은 보이지 않고 홀로된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인 농촌에는 활기가 사라졌다.

 

고향의 논농사는 몇몇 50대 젊은이가 도맡아하고 밭농사는 60대 이상의 할머니들 몫인 경우가 많았다. 논농사는 일손이 많이 가지 않아 놀리는 경우가 없었으나 밭은 묵히거나 수익성은 없어도 일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을 경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밭은 경지정리가 되어 있지도 않고 밭작물은 기계화도 어려워 고령 농업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농사이다. 밭작물에 대한 기계화와 이를 뒷받침할 경지정리가 시급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농사일을 하는 30∼40대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는 후세가 없으니 주거시설 등 생활 편의 시설에 대한 투자도 중단된 지 오래다. 낡은 농촌 주택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기 어려울 정도로 낡았지만 새마을 운동 이후로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많다. 이제 대부분의 농가 주택은 다음 세대가 살 공간이 아니라 현재의 집주인인 노인들 세대에서 끝날 것이기 때문에 투자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온 국민이 열광한 북경 올림픽의 대미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금메달로 장식했더라면 대한민국은 더 없이 행복했을 것이다. 언론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이란 수식어로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우리에게 메달을 안겨준 선수들은 대부분 20세 전후의 젊은 피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전성기를 지나 나이가 들면 후배들을 이기지 못한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농업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도 젊고 유능한 영농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일의 주체인 사람이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사장이 받는 월급은 평직원은 물론 간부급 직원의 수백 배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2005년 농가인구 자료를 보면 농가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30% 가까이 된다. 대한통계협회는 60세 이상 농가인구가 2005년 39%에서 2020년 63%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불과 10여년 내로 우리 농촌은 60세 이상으로 대부분 채워지고 젊은 층의 전입이 없다면 농가의 다음 세대가 사라져 농업 중심의 농촌사회도 해체될 것이다. 농촌으로 들어오는 젊은이들보다 떠나는 사람이 많고 젊은이가 없으니 출생도 멈춰버린 결과이다.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농업?농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농촌에 들어오게 하려면 농업이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능력있는 사람이 들어오면 수익성 있는 농업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명백히 가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후자이다. 농업인력 확충은 비농업계 종사자 또는 은퇴자 등의 귀농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핵심 인력은 능력있는 젊은 층으로 채워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농업대학이 매년 배출하는 200여명의 졸업생(2007년부터 정원 300명으로 증원)은 한국 농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농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3년 동안 전문지식과 기술을 배워 현장에 투입된 젊은이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학이 지난 9년 동안 배출한 졸업생은 1,840 명에 불과하다. 급속히 고령화되는 120만 농가를 대체할 핵심 농가를 현재 농가의 10%로 잡는다고 해도 12만 명의 젊은이가 필요한 현실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따라서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다양한 농업 관련 교육기관 또는 교육과정을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농업 전문인력 공급을 크게 확충할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교육과정은 보다 전문화되어야 한다.

 

농촌에는 할머니 홀로 집을 지키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노인 1인 농가의 증가는 보건, 안전, 정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농가를 공동주택 형태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농촌은 젊은 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단독 농가와 연로한 1인 농가를 한데 모은 공동주택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농촌 풍광에 어울리는 공동주택에서 자연스레 공동체 생활을 하며 노년을 보낼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도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농촌 문화와 경관을 보존하면서 열악한 주거환경과 노인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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