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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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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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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훈
KREI 논단| 2008년 9월 24일
김 성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주말에 가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면 TV 드라마를 한두 편 보게 된다. 다들 비슷한 황금시간대에 방송이 편성된 것을 보면 각 방송사의 자존심을 건 대표 드라마인 것 같다. 그런데 비슷해 보이는 주말 드라마인데도, 어떤 것은 잔잔한 가족 이야기를 감칠 맛 나게 풀어가는 것이 있는 반면, 어떤 것은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가난한 남자와 부자 여자’, ‘암울했던 시대상’ 등 소위 말하는 드라마의 흥행 요소(?)를 백화점식으로 늘어놓기만 하는 드라마도 있다. 사람들마다 호불호(好不好)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화학조미료를 범벅해 놓은 것 같은 후자와 같은 드라마는 금방 싫증이 난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듯, 드라마의 각 요소를 어떻게 스토리로 잘 엮어내는 지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린 것 같다.

 

스토리텔링 마케팅(Story-telling Marketing)

 

최근 상품들의 품질이 엇비슷해지면서, 제품의 품질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고급 백화점 명품관에서 팔리는 핸드백이나 대형할인매장 매대에서 팔리는 핸드백이나 실제 사용하는 데에는 기능적 차이가 크지 않다.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은 자기가 소비하는 상품에 개인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그 상품을 구매 하고야 마는 트레이딩 업(Trading up)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감성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 중 ‘스토리텔링 마케팅(Story-telling marketing)’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말로는 ‘이야기 마케팅’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가공, 포장하여 광고, 판촉 등에 활용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상품 개발 과정 등 브랜드와 관련된 실제 스토리를 그대로 보여주거나, 신화·소설·게임 등에 나오는 스토리를 원용하여 가공하거나 패러디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사례는 매우 다양한데, 이탈리아 명품 구두 제조업체인 페레가모사가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마릴린 몬로가 영화 ‘7년만의 외출’의 지하철 통풍구 장면 씬에서 하얀 치맛자락이 날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 페레가모 구두를 이탈리아에서 급히 공수했다”는 뒷이야기를 아직까지 사용하는 경우나, 대학생들의 동아리 모임이나 회사원들의 단합대회 장소에 불과했던 남이섬이 “욘사마가 겨울연가를 찍은 곳”으로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려야하는 명소로 탈바꿈한 경우 등이 있다.

 

식품 수출과 스토리텔링

 

식품부문에서도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과거에 비해  보다 풍요로워진 소비자들이 식품 소비를 통해 단순한 영양섭취 이상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밥 한 끼를 먹어도 “임금님이 먹던 쌀”이 더 맛있을 것 같고, 물 한 컵을 마셔도 “1,032m 심해의 해양심층수를 정수한 물”이 더 몸에 좋을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이 소비자들의 본성이다.

 

최근 우리나라 식품산업에서도 다양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를 우리 식품의 세계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나 한국식품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한국 식품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여도 주 소비층이 한국 교포나 동양에 관심이 있는 현지인 등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한국 식품의 “낯섦”을 “친근함”으로 바꿀 매개가 절실히 필요한데, 일회성 행사나 단편적인 광고 등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필자가 미국에 있는 동안 현지인에게 한국 부채를 종종 선물했는데, 선물하면서 부채에 그려진 그림(시집가는 날의 신랑 신부 행렬, 연 날리는 아이, 씨름하는 청년, 서당에서 종아리 맞는 학동 등)에 담긴 이야기를 같이 해주면 매우 재미있어 하며 그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다시 설명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심지어는 몇 년 뒤에 그때 받은 부채 얘기를 필자에게 다시 하며 즐거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토리”는 결국 사람이 연관된 것이기에, 비록 낯선 곳에서 온 이야기라도 쉽게 친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강점을 한국 식품의 해외 공략에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매년 행사 때마다 대장금 복장을 한 여인이 김치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머리 허연 아들의 종아리를 때리는 까만 머리의 아버지가 마신 술(백세주) 이야기”, “수시로 요강을 뒤집어 엎는 복분자 이야기”, “호랑이도 무서워 도망가는 곶감 이야기” 등 우리 식품의 우수성과 민족의 해학이 어우러진 소재를 잘 꿰어서 해외 시장 마케팅에 활용하면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식품은 문화”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문화상품인 식품을 널리 알릴뿐만 아니라, 세계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 우리 식품이 가진 “스토리”를 잘 가공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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