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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고기 명품화와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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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신동헌
농민신문 기고| 2008년 10월 8일
신 동 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촌정보문화센터소장)

 

한동안 월급쟁이들이 한우고기를 접하기는 어려웠다. 명품한우 1인분에 최소 3만~5만원 은 하니 2인분만 시켜도 웬만해선 10만원을 넘기기가 예사다. 살인적인 입장료로 서민들이 접할 수 없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품연주처럼 한우는 상상 속에서나 맛볼 수 있는 명품고기였다. 실제로 한우 한점을 먹는 즐거움보다 그 값을 걱정하는 괴로움이 더 큰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한 상황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요즘 필자는 한우고기 먹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몇년 동안 맘껏 먹지 못했던 한우고기를 한껏 즐기고 있다. 이 부위 저 부위를 넘나들면서 말이다. 가격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우를 대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어렴풋이 한우산업의 회생 가능성까지 느끼게 됐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한우산업은 망하는 줄 알았다. 수입 쇠고기의 저돌적인 저가공세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료값에 ‘항우’ 농가인들 버틸 수 있겠는가.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한우가 대중화로 되살아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횡성한우〉다. 횡성한우는 일반서민들까지도 그 먼 곳까지 찾아가 한우고기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지난 여름에 횡성한우 전문점을 찾았다. 평일 오후 1시가 지났는데도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표를 받고 의자에 앉아 3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한우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맛도 감동이었다. 가격 또한 편안했다. 식사까지 1인당 2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이런 금액으로 이만한 명품한우를 먹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지불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북의 유명 브랜드 〈참품한우〉도 한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이곳저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우 대중화 노력은 소비자나 한우농가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덕분이다.

 

경기 〈포천한우마을〉의 9월20일 등심(1등급) 100g은 7,140원이었다. 미국산(6,100원)과도 별반 차이가 없고, 삼겹살의 체감가격보다도 저렴하다. 차이라면 현지 상차림 비용 3,000원(1인당)이 더 추가될 뿐이다. 유통거품을 잘 걷어내서 경쟁력이 확 살아난 경우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한우의 유통비용은 40% 정도이고,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한우의 산지가격이 26% 떨어졌는데도 소비자가격은 5%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유통단계마다 거품이 많이 끼어 있고 고질적인 유통병폐가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눈여겨볼 것이 포천한우마을의 ‘경락가 연동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도매시장의 경락가 변동에 소비자가격을 매일 연동시켜서 소비자가격에 탄력을 얹어주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이곳의 9월19일 꽃등심 1등급(100g) 소비자가격은 7,700원이었다. 9월18일(6,650원)보다 16% 오른 가격이고, 20일(7,140원)에 비해선 8% 떨어졌다. 이를 소비자들은 한눈에 대형 화면을 통해 현장 확인이 가능하다.

 

한우가격은 지금도 ‘요지부동 병(病)’에 걸렸다. 연초에 비해 산지 한우가격이 100만원 이상 폭락했다는데도 소비자에겐 내린 가격에 대한 적용이 전혀 없다. 한우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가격 신뢰다. 그래야 한우의 대중화와 명품화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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