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등락을 거듭하는 배추가격 인재인가 천재인가
3571
기고자 신용광
KREI 논단| 2008년 11월 05일

신 용 광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풍년기근"이란 말이 있다. "풍년은 들었으나 곡식 값이 떨어져 이득이 없음"을 일컫는 말로 올해 채소농가의 시름을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풍년이 들면 출하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고 농가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난 몇 년간 배추가격은 급격한 기상변화로 해마다 주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배추 상품 10kg당 김장철 평균가격은 3,800원선에서 형성되지만 2006년에는 2,800원으로 26% 하락하였고, 반대로 2007년에는 7,700으로 100% 상승하였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생산량이 증가하여 김장철 배추가격은 평년보다 낮은 2,800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과 같은 가격 상승을 기대한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늘렸고 일조시간이 길어 작황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발생하는 태풍도 올해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배추가격이 해마다 등락을 반복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먼저 배추와 같은 환금성 작물은 마땅한 대체작목을 개발하기 어려워 전년도의 가격등락에 따라 당해 연도의 재배면적 변화가 심하다. 또한 배추는 대부분이 노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기상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작물이다. 기온과 강우 그리고 태풍은 노지재배의 작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배추는 대부분이 김치로 소비되지만 국내 김치소비량이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도 해마다 증가하여 국산 김치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급량과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생산량과 수입량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농업관측과 같은 조기경보시스템을 보완·확대하여 농가들이 적정면적에 배추를 정식하도록 유도하고 자조금 제도를 활성화하여 10%전후인 농협과의 계약물량을 최대한 확대한다면 배추 재배면적은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 작황은 완전한 조절이 불가능하지만 스프링클러나 급수시설 및 배수로 등을 정비하여 기후의 영향을 최소할 수 있다. 또한 수입량은 원산지표시 제도를 조기에 도입하여 소비자의 선택 폭을 확대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개선한다면 최소한의 수입량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배추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절임배추 등 김장 자재의 공급체계를 개선하여 가정에서 손쉽게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김치생산과정에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대규모화하여 브랜드가치가 높은 한국산 김치의 해외수출을 확대하여야 한다. 아울러 배추를 가공 식품의 원료 등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대량 소비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배추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경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농민과 배추를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배추 생산량은 노지재배 특성상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계약재배를 확대하거나 시설을 보완하는 노력이 추가되면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값싼 중국산 농산물로 인하여 국내 채소농가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성껏 채소를 재배하여 풍작을 이루었지만 채소농가들은 다시 가격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고 일한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장체계가 형성되어 배추가격이 안정화되어야만 이러한 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자, 중앙정부와 지방 자치단체, 농업 관련 기관 및 협회 등 관련 기관과 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