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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넘어 희망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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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오세익
농민신문 특별기고| 2009년 01월 01일
오 세 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지난해는 탈도 많고 어려움도 많아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누그러지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5월 중순까지 극성을 부렸는가 하면 ‘광우병 사태’가 100일 넘게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이후 조용하다 싶더니 가을에 들어서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가 불거지면서 농업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이 깊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농자재가격 폭등과 경기침체까지 겹쳐 농업인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만큼 기축년 새해에 거는 희망과 기대도 적지 않다. 이제 농업부문에서 터질 악재는 모두 터진 느낌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정리되고 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지난해 우리 농업을 짓눌렀던 악재는 국제 곡물값·유가·환율 등의 급등에 따른 농자재값 폭등과 경기침체에 따른 농산물수요 감퇴와 가격하락, 즉 3고(高)와 2저(低)에 있었다. 실제로 비료가격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올랐고, 사료값도 50%나 올랐다. 농산물가격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이 내려 농업소득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러한 악재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추세다. 국제 옥수수가격은 작년 6월 1t당 458달러에서 현재 190달러를 기록, 절반 수준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국제 유가도 최고 147달러에서 30~40달러 수준으로 안정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자국의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춘 다음부터 달러화의 약세가 이어져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들은 환율이 1,100원대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침체도 당분간 호전되기는 어렵겠지만 세계 모든 국가들이 파격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어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경기가 침체돼도 수요 감소가 그리 크지 않아 다소 위안이 된다. 공산품은 돈이 없으면 안 사고 안 쓰면 되지만 농산물은 안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올해도 비료·사료·유류 등 농자재가격은 평년 수준으로 하향안정될 것이며, 농산물가격도 정상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농산물의 생산 - 가공 - 유통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한식의 세계화, 수출증진 등 우리 농업을 수세적 입장에서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농촌을 삶터·일터·쉼터가 조화된 풍요로운 녹색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새해에는 희망적인 요소가 많다. 중요한 것은 사고의 틀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 사고가 성공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예컨대 우리 농업이 광우병·멜라민 파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농산물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가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까지 우리 농산물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올 한해도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라는 험한 산들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농업인·일반 국민·정부와 정치인들 모두 고통을 분담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긍정적인 자세로 수출 증진은 물론 명품 농산물을 만들고,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등의 첨단농업기술을 육성해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식품산업·녹색성장부문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기축년 소의 해, 올 연말에는 소처럼 순한 마음으로 환하게 미소 짓는 풍요로운 농촌과 농업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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