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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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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토에 물주머니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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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KREI 논단 | 2009년  2월  23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며칠 전 단비가 내렸으나 '언 발에 오줌' 누는 정도도 안되어 해갈에는 태부족이다.

 

지난 가을부터 가뭄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올해 들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가뭄과 물 부족으로 난리라는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세계의 곡창인 미국, 중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 전 지구적으로 가뭄이 심각하여 식량부족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번 가뭄은 일부 국가나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국내에서도 제한급수를 하거나 먹을 물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 간에는 물을 준다, 못준다 하는 물싸움마저 벌어지고 있다. 봄에도 많은 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인데, 올해 농업용수는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큰 걱정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크고 작은 강과 하천들이 핏줄처럼 펼쳐져 있어 물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으며 물을 귀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물건이나 돈을 헤프게 쓰는 것을 나타내는 ‘물 쓰듯 한다’는 말이나 하찮은 것을 말하는 '물'이라는 말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더 이상 물은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유재가 아니며, 가장 귀중한 자원이 되었다. '물 쓰듯 한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게다가 가뭄이나 물 부족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이라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반복될 것이며 점차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물 부족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물사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평균 강수량이 1,245㎜로 세계 평균 강수량 880㎜에 비하면 훨씬 많다. 문제는 비가 여름에 집중되고 내린 비는 대부분 그대로 흘려 보낸다는 데 있다. 물을 가두어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이러한 취지에서 시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전국 곳곳에 소규모 저수지를 만드는 것을 제안한다.

 

현재 전국에는 17,649개의 저수지가 있다. 이중 9,359개(53.0%)가 해방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1946∼1971년 기간에 6,189개(35.4%), 1972∼1981년 기간에 1,266개(7.2%), 1982∼2007년 기간에 835개(4.8%)가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저수지가 197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대규모 다목적 댐을 많이 만들어 전력 생산과 홍수 방지, 그리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댐은 특정지역에 한정되고 공사기간도 장기간 소요되며, 환경 및 생태계 파괴라는 부작용도 있는 만큼, 골짜기마다 지역여건에 맞는 소규모 저수지를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함께 머지않아 닥칠 물 부족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960, 70년대의 저수지 건설은 농업용수를 확보하여 가뭄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대에 지역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저수지 건설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의 품삯을 밀가루(미국의 원조물자로 생각됨)로 지급했는데, 이 밀가루로 저수지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앞으로 저수지를 건설할 때에는 지역주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저수지는 가급적 지형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친환경적으로 건설할 필요가 있다. 건설된 저수지는 해당 지역의 여건에 따라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내수면어업, 농촌관광 등 지역의 소득원으로도 활용케 하여 지역의 귀중한 자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도랑치고 가재 잡는' 옛 속담이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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