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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비쌀땐 열무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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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한국경제 기고| 2008년 6월 20일
김 정 호  (농업관측정보센터장)

 

급등하던 장바구니 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4~5월 시세가 작년의 두 배였던 배추 가격은 6월 들어 산지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평년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생활 필수품인 농축산물은 소비량이 일정하기 때문에 생산량 변동이 곧바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농축산물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량 조절이 필요한데,농축산업의 특성상 쉬운 일이 아니다.

 

농축산물의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생산자가 많고 소규모라는 점이다. 쌀 농가는 약 85만호나 된다. 둘째,일단 재배(사육)가 시작되면 생산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으며,생산 기간이 짧은 육계라도 40일이 지나야 다음 영농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셋째는 기상조건과 지역성이다. 대부분의 노지작물이 기상조건에 따라 풍흉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과학적인 영농과 경영 마인드가 확산되 농업인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과 출하를 조절하는 사업가로 변모하고 있다. 더욱이 시장개방으로 가격이 높으면 바로 수입이 이뤄지므로 수입농산물이 국내 가격을 더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해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크다. 그런데 올해는 수입에 이상이 생겼다. 환율 상승으로 농축산물 수입이 부진한 데다 사료와 농자재 가격이 인상돼 생산원가가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이 심하게 등락하는 것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농축산물 가격의 안정을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합리적인 소비 성향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가 유난히 삼겹살을 고집하는 풍토 때문에 돼지고기 자급률이 하락한다는 사실도 되새겨보고,배추김치가 비싸면 열무김치로 바꾸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농업인들은 관행적인 영농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배추 값이 좋다고 내년에 모든 농가가 배추 농사를 짓는다면 내년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농업생산기반을 정비하고 저장시설 등의 유통인프라를 확충해 농축산물의 안정 공급을 뒷받침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999년부터 농업관측사업을 시작해 농축산물의 수급과 가격에 대한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관측정보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나침반이 돼 앞으로는 '금치'나 '금겹살'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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