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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출 잠재력 커, 시장별 마케팅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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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 2009년 06월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농산물은 지금의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와 같은 중요한 수출품이었다. 1950년대 초기 우리나라 산업 시설은 6. 25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되었고, 신발, 옷가지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생필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생산설비 수입을 위해 우리가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농수산물과 광산물이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인 1962년, 우리나라 수출 총액은 5천 5백만 달러에 불과하였다. 지난 해 우리나라 수출 2,844억 달러에 비하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초라한 숫자이다. 그러나 당시 농산물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3.1%였고, 여기에 수산물을 합치면 그 비중은 65.5%에 달했다. 이후 농산물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여 이제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출을 시장 확대의 수단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은 농업의 생존전략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가 농산물 수출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개발 초기와 같은 농업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농산물 수출은 외화 획득을 위해서보다는 시장개방에 대응한 우리 농산물의 시장 확대와 농업인의 자신감 고취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품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제 농산물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생산량의 수십 배에 이를 정도로 크다. 사과의 교역 규모는 660만 톤으로 우리나라 생산량의 18배에 달한다.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 다른 과일의 국제 교역 규모도 우리나라 생산량의 5배에서 9배에 달한다. 닭고기와 돼지고기의 교역 규모는 각각 우리나라 생산량의 10배, 18배 수준이다. 쌀의 교역량은 2천만 톤으로 우리나라 생산량의 4배에 이른다. 교역액으로 보면 돼지고기 180억 달러, 닭고기 93억 달러, 쌀 71억 달러, 절화 59억 달러에 이르고 교역액이 적은 오이와 복숭아의 경우도 15억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 북미, 아시아가 중요시장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EU)이다. 쌀, 닭고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 있어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국가들은 유럽연합 내에서 교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의 접근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EU에 속하지 않은 러시아는 신선 농산물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러시아는 사과와 배의 수입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감귤, 복숭아, 포도의 수입 규모는 세계 3위이다. 닭고기 수입 규모는 세계 1위, 돼지고기 수입 규모는 4위이다. 러시아 시장에서의 경쟁국은 미국, 중국 이외에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인접국이 포함되지만 결국 중국과 미국이 우리의 주요 경쟁국이 될 것이다.

유럽 다음으로 큰 시장은 북미와 아시아로 품목에 따라 2위와 3위 위치를 나누어 점하고 있다.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따라서 우리 농산물 수출은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북미에서는 미국이 가장 큰 시장으로 포도 수입량이 세계 1위이고 배, 감귤, 복숭아 등의 수입 규모도 세계 10위 이내에 든다. 미국은 우리나라 배의 중요한 수출처로 신선 과일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일본은 화훼류, 버섯 등 원예작물과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의 중요한 수입국이다. 중국은 최근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지리적, 문화적 이점을 활용할 경우 우리 농산물의 수출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남반구 국가는 수확기의 차이로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경쟁해야 할 가장 큰 상대는 미국과 중국이다. 예를 들면, 과일의 수출에서 우리나라가 경쟁할 주요 수출국은 아시아와 중동 시장에 있어서는 중국과 미국이고, 유럽 시장에 있어서는 유럽연합 국가를 제외하면 중국이다.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국은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과 중국이다.

 

최대 경쟁국은 미국과 중국

 

우리 농산물 수출 증대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가격경쟁력 문제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은 수출국들에 비해 3~4배 높은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사과 수입 가격은 우리나라 도매가격의 1/10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배 가격은 중국보다 비싸고 기타 서양배 수출국 가격보다 2~3배 비싸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지리적 이점, 품질과 품종의 차이 등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면 이러한 가격경쟁력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세계 농산물 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현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농업 강국들이 있지만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시장별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출 잠재력은 존재한다. 목표 시장과 그 시장에서의 경쟁국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시장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면 농산물 수출을 통한 시장 확대의 꿈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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