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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값 급등, 남의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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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 2009년 06월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 봄에도 몇몇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여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었다. 배추는 5월 중순에 한 포기에 5천원이나 하여 '금치'를 담가야 했고, 돼지고기 삼겹살은 작년보다 두 배 정도나 값이 올라 '금겹살'을 먹는다고 주부들이 비명을 질렀다.

6월 들어 몇몇 농산물의 가격 상승세가 꺾였다. 배추를 비롯하여 노지채소는 산지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시세가 평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육류는 사료비 부담으로 평년보다 가격이 다소 높지만 그런대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성출하기에 진입한 과채류들도 대체로 예년 수준의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데, 참외와 수박은 제철을 맞아 연중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계절성이 강해 가격 변동 불가피

 

농산물은 계절성이 강하다. 예를 들어 배추는 봄철에 가격 파동을 겪는다. 시기적으로 겨울 배추의 출하가 종료되고 고랭지 배추가 나오기는 이른데다 지난해 담근 김장김치가 동이 나는 때이기 때문이다. 올 겨울에는 저장 배추마저 부패가 심해 봄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공급이 달리면 수요를 조절해야 하는데 생활 필수품인 농산물은 소비량이 대체로 일정하기 때문에 생산량 변동이 곧 바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저장이 어려운 신선 농산물일수록 가격 등락이 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량 조절이 필요한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농산물의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 생산자가 많고 소규모라는 점이다. 쌀은 자급 농가를 포함하여 약 85만 호나 된다. 둘째, 일단 재배(사육)가 시작되면 생산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으며, 생산 기간이 짧은 육계라도 40일이 지나야 다음 영농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셋째는 자연친화와 지역성이다. 대부분의 노지작물이 기상 조건에 따라 풍흉이 좌우될 수밖에 없으며, 예를 들어 배추는 겨울철에는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생산되고, 한여름에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되므로 인위적인 조절이 쉽지 않다.

 

가격 급등, 농업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아

 

최근에는 전업농이 늘어나고 전문화가 진행되면서 과학적인 영농과 경영 마인드가 확산되고 있다. 농업인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과 출하를 조절하는 사업가로 변모하고 있다. 더욱이 시장개방 시대에는 가격이 높으면 바로 수입이 이루어지므로 수입농산물이 국내 가격을 오르지 못하게 하는 천정을 형성하여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크다.

그런데 올해는 수입에 이상이 생겼다. 환율 상승으로 농축산물 수입이 부진한데다 사료와 농자재 가격이 인상되어 생산비가 상승하였다. 쇠고기 수입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산동성의 김치공장들도 수출 경쟁력을 잃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국내 농가가 크게 덕을 본 것도 아니다. 삼겹살 값이 올랐다지만 양돈농가 대부분이 경영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시설원예 농가들은 난방비 부담으로 겨울작물을 포기하였다.

영농기술이 발전된 요즈음도 "풍년거지가 더 섧다"라는 말이 있듯이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월에 월동 대파는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도매시장에 올라오지도 못하고 산지에서 폐기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급등하면 비명을 지른다지만, 특정 품목에 생계를 걸고 있는 농업인들은 가격 폭락으로 곡소리가 난다.

농산물 가격이 심하게 등락하는 것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가격 등락이 심하면 농업경영자는 중장기 영농계획 수립을 꺼리고 단기적인 투기적 생산에 치우치기 쉽다. 주부들도 계획적인 가계소비가 불가능하여 소비를 줄이게 되고, 가격불안 심리로 인해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 성향이 정착되어야 한다. 배추 값이 너무 오르면 배추김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열무나 갓 또는 양배추를 김치 재료로 사용하는 식으로 고물가 시기를 현명하게 넘기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계절 농산물의 성출하기에는 값이 폭락하지 않도록 조금씩 더 소비해주는 아량도 필요하다.

 

가격 안정 위한 농·소·정 공동노력 필요

 

농업인들은 습관적인 영농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배추 값이 좋았다고 내년에 너도나도 배추 농사를 늘린다면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스스로 생산과 출하를 조절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품목별 생산자조직을 통해 시장교섭력을 높이고 농협의 계약재배나 출하약정사업에 참여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논 경지정리에서 한걸음 나아가 밭작물을 위한 농업용수 개발과 농로 개설 등 생산기반을 정비하고, 저장시설 등의 유통인프라를 확충하여 농산물의 안정 공급을 뒷받침해야 한다. 농산물의 계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품종 개발, 대체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요리법 개발 등의 연구개발 투자도 늘려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999년부터 농업관측사업을 통해 매월 품목별로 수급 동향과 가격 예측을 발표하고 있으며, 금년부터는 소비자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농업관측정보가 농업인과 소비자 그리고 유통업계 등에 널리 활용되어 "농촌과 도시가 함께 웃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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