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일자리 창출과 마을 사무장제도
3675
기고자 박시현
농민신문 기고| 2009년   6월  29일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원도에 사는 올해 65세 되는 박할머니는 산비탈 밭에 콩 농사를 짓고 있다. 주로 메주를 만들어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 주는데 그래도 남은 콩이 많다. 예전 같으면 인근 5일장에 내다 팔 텐데 5일장이 사라진 요즘은 남은 콩을 어떻게 팔까 하는 것이 박할머니의 걱정거리다.

 

두부요리를 하는 인근 식당에서 사 주기도 하고, 도시에 있는 자식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팔아 주기도 하지만 일정치 않다. 그런데 요즘 박할머니는 콩을 파는 걱정을 크게 덜었다. 마을 홈페이지에 개설한 인터넷장터에 올리면 금방 팔리기 때문이다.

 

박할머니는 컴퓨터를 전혀 다룰 줄 모르지만 인터넷 판매를 하는 데 별 걱정이 없다. 이 마을에 고용된 마을 사무장이 다 알아서 처리해 주고 있어서다.

 

현재 전국적으로 660여명 정도의 마을 사무장 내지는 마을 홈페이지 관리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정부에 의해 지정된 관광 마을과 정보화 마을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돈과 마을에서 부담하는 돈으로 월급을 받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마을 사람들과 갈등을 겪고 일찍 그만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당 농촌 마을에 자기들이 받는 월급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마을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비전 제시자이면서 마을에 외지 관광객을 끌어 오고 마을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부장 역할까지 한다. 마을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주민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는 것은 이들의 기본 임무이다. 이들 중 일부는 농촌에 정착해 후계자가 되기도 한다.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 당분간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정부의 지난번 추경예산도 일자리 창출에 그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 만들어진 일자리가 일시적이고 허드렛일에 집중돼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일지라도 본인에게는 미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마을 사무장은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국의 모든 마을에서 이들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아 스스로의 힘으로도 잘하는 마을에서는 굳이 외부에서 사람을 들여올 필요가 없다. 마을의 경제활동이 비교적 단순하고 지나치게 고령화된 마을 또한 사무장의 역할이 많지 않을 것이다.

 

마을 사무장이 필요한 곳은 좋은 자원과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면서도 이를 상품화하고 홍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들이다. 마을별로 필요치 않다면 여러 마을에 한명을 배치하면 된다.

 

초고속 광통신망과 컴퓨터의 보급으로 이제는 도시의 가정에서도 전국 농촌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엇이 생산되는가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중요한 것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문제이다.

 

새로운 통신매체에 익숙하면서도 감성지향적인 젊은 사람들을 농촌으로 유인하는 것은 당사자와 농촌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도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