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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상품 개발·유통 차별화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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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이코노미플러스(56호)  기고| 2009년  6월호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막걸리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지난해 출고량이 17만6398㎘로 2003년의 13만8162㎘에 비해 27.7%나 증가했다. 1990년대 중반에야 시작된 막걸리 수출은 조금씩 늘어나 2003년에는 1676㎘를 기록하더니 2008년에는 5457㎘로 225.6%나 되는 높은 성장을 하고 있다. 도대체 막걸리 산업에 무슨 일이 있어 추락하던 소비가 되살아나고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단 말인가.

막걸리는 백미와 잡곡, 밀가루 등 곡류를 주원료로 발효시킨 대표적인 우리 술로 옛날부터 농가에서 빚어 마셨기에 농주라고도 한다. 지역마다 물과 원료, 제조 방법이 제각기 달라 수많은 종류가 있었으나 단순한 상품 구성, 보관 등의 문제로 소비가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은 고급주를 선호하는 주류 소비 추세와 경기 악화에 따른 값싼 술 선호, 건강식품으로서 막걸리의 가치 재인식, 제조 및 보관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포장용기의 디자인 개발 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여기서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 그리고 시장 확대는 주류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규제 완화로 산업 활성화

 

주류는 오랫동안 중요한 세원이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엄격하게 통제를 해 왔다. 예를 들어 막걸리의 신규 제조면허는 아예 금지돼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을 가진 사람조차도 새롭게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든지 양조용 원료로 양곡 사용을 금지했으며, 막걸리를 '알코올 성분 6도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제품 규격과 제조 방법을 획일적으로 규정했다. 인삼이나 대추 등 식물성 물재의 첨가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제조 용기조차 엄격하게 제한했으니 다양한 고급 막걸리를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다. 더구나 생산된 막걸리는 양조장이 있는 시·군 지역 밖으로는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전국을 대상으로 한 유통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막걸리를 포함한 주류의 생산 및 유통에 대한 규제는 산업으로서 상품의 품질을 관리하거나 시장 개척을 촉진하기보다는 규제 대상인 세원으로만 인식한 나머지 징세 편의를 위한 관리를 해 왔던 것이다. 결국 고을마다 생활문화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오던 우리 술은 사라지고 몇몇 대기업이 수입 원료로 생산하는 소주나 맥주, 심지어 양주에 의존하는 왜곡된 주류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술의 산업적 발전을 촉발한 것은 무엇보다 제조 및 유통 규제의 완화다. 주류의 제조는 국세청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데, 허가 요건으로 시설의 종류와 규모를 제한했다. 즉, 막걸리의 경우 제조장의 시설 기준을 보면 담금 및 제성 시 용기의 재질을 알루미늄 탱크 등으로 한정하고, 용기의 크기를 밑술조는 60ℓ, 발효조는 6000ℓ, 제성조는 7200ℓ 이상으로 용기의 크기를 제한했다. 이밖에 시설 용량을 6㎘(연생산량 72㎘) 이상으로 한정하고, 심지어 수급 조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면허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막걸리 산업의 신규 진입과 자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1998년 막걸리 신규제조 면허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용기의 재질을 다양화 하는가하면 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또 1962년부터 막걸리의 유통은 해당 시·군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해 왔다. 뿐만 아니라 유통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설과 자본금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주류상표에 표시하는 글자의 크기까지 획일적으로 규정해 왔다. 막걸리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1998년 시설 및 자본금 규모를 완화하고, 2000년부터는 공급 구역 제한을 폐지해 전국적 유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막걸리의 생산과 품질 고급화를 위해 원료 사용과 제조 방법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동안 막걸리는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않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으로 '알코올 성분 6도', 원료는 '곡류(전분)와 국(麴)'으로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1965년 양곡관리법에 의해 양조용 원료로 쌀 사용을 금지한 이후 1990년 다시 허용할 때까지 25년 동안 쌀막걸리를 맛볼 수 없었다. 또 1998년에는 막걸리의 규격을 알코올 6도에서 3도 이상으로 조정하고, 참가물료로 인삼이나 잣, 대추 등 식물성 물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최근 막걸리 제조 시 일정량 이하의 과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다양한 고급 막걸리의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막걸리 산업 활성화로 농촌 경제 살려야

 

규제 완화와 더불어 사업체의 연구개발과 홍보·판촉 등 시장 개척 노력에 힘입어 최근 막걸리 소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막걸리가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보관 및 유통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수출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막걸리 출고량은 지난 1990년의 31%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갈 길도 멀다. 쌀막걸리 한 병(1200㎖)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 200g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막걸리를 만들 때는 계절별로 생산되는 여러 가지 과일도 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산 농산물을 소비하는 데 이만한 것이 별로 없다. 더구나 저도주로 여성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알려져 향후 시장 개척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막걸리 산업의 활성화는 원료 농산물의 소비와 도농교류 촉진, 수출 증대 등으로 농가 소득을 증대하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며, 나아가 국민 건강 유지와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의 막걸리 업체가 어떻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다른 향토음식이나 전통식품과 마찬가지로 막걸리 산업도 결국 그 지역의 고유한 원료와 물 맛 그리고 제조기술을 가지고 고급 상품을 개발하여 어떻게 차별적으로 유통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지역의 기후나 풍토에 따라 좌우되는 프랑스 와인이나 일본의 사께처럼 지역의 고유한 원부재료와 그 고장의 물을 이용해서 다양한 특산 막걸리를 생산하고, 이를 정확하게 표시하여 소비자에게 알리는 이른바 지역특산 막걸리의 생산과 차별적 유통, 그리고 이를 향토음식이나 농촌체험과 결합한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것만이 모쪼록 불어 온 막걸리 열풍을 산업 발전과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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