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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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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에너지 개발, 중심에 사람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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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권태진
KREI 논단| 2009년  7월   7일
권 태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를 종종 본다. 금융시장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을 쓴다. 몸통을 흔들다보면 자연히 꼬리가 흔들리기 마련인데 몸통을 흔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꼬리를 흔든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모두 아연실색하면서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아우성들이었다. 우리 농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었다. 이에 대한 대책 중 하나가 대체에너지 개발이다.

 

대체에너지란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대체에너지란 석유,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가 아닌 태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풍력, 소수력(小水力), 연료전지, 석탄을 액화·가스화한 에너지,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최종 잔재물인 중질잔사유를 가스화한 에너지,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지열에너지, 수소에너지 등을 말한다. 대체에너지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 신재생에너지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에너지이다.

 

바이오에너지란 유기물과 유기물을 소비하여 생성되는 바이오매스(Biomass)를 통해 생산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바이오가스, 바이오수소 등으로 분류된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는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다. 바이오에탄올은 휘발유의 대체연료로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원료로 한다. 바이오디젤은 디젤의 대체연료로 콩, 유채 등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다.

 

바이오에너지의 원료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조건만 맞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어 자원 고갈의 우려가 없다. 그러나 토지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오에너지 원료는 식량 등 농산물 생산과 경합되며 이로 인해 농산물 공급이 감소하여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농지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대체로 선진국인 경우가 많아 개발도상국 국민의 식품 소비에 큰 부담을 주고 나아가 인도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연료를 과도하게 생산할 경우 역작용도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원대국들은 서로 앞 다투어 바이오원료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생산이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재임시 2017년까지 휘발유 소비를 20% 줄이고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미국의 여러 주(州)에서는 화석연료에 바이오연료를 일정 비율 섞어서 판매하는 연료의 의무혼합제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채택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바이오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에너지 개발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 2030년을 목표 연도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06년 2.2%에서 2030년 11%까지 확대할 목표를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바이오에너지의 생산량을 2008년 518,000toe에서 2030년 1,0357,000toe로 20배 확대하여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8.1%에 지나지 않는 바이오에너지 비중을 2030년 31.4%까지 끌어 올린다는 실로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이 계획을 실행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외국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말 지구촌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그 결과 에너지 가격이 크게 하락하였다. 에너지 가격의 하락은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산업과 그 원료를 생산하는 농업부문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미국의 바이오에너지 제조 회사들이 줄도산 하였으며, 이로 인해 그 원료를 생산하던 농민들도 많은 손해를 보았다. 바로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급격한 환경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상승한 석유에너지의 가격이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난해와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 추세가 멈추지 않을 것처럼 소리를 높였고, 바이오에너지 개발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였다. 이에 덩달아 각국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몰두하였으며 이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마치 글로벌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취급하였다.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농민에게 약간의 보조금을 지불하면 유채를 생산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으로는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지속가능하리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어떤 농민들은 농기계 대신 역우를 이용할 경우 정부가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므로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정책이란 말인가? 바이오에너지 개발은 국가적 목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일이다.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나라를 위하는 길인가를 판단하는 잣대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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