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컬럼| 2009년 7월  9일
	조 명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금까지의 농산물 산지유통은 작목반 등 소규모 농가조직을 바탕으로 농협이 공동수집, 공동출하 하는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그리고 이를 효율화 하기 위한 표준, 규격화 등 물류의 표준화와 생산자의 조직을 육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따라서 산지유통은 농산물을 수집, 선별, 규격화하여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충실하였다.

식품 안전성·편리성에 관심 높아

그러나 최근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확대되고 있고, 소비지시장이 급격하게 변화됨으로써 산지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즉, 소비지시장은 대형유통업체의 출현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고,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는 시장을 차별화하기 위해 고품질,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도매시장을 통한 농산물 구매에서 점차 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구매단위도 대량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편 소비자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식품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외식소비가 증가하면서 고품질의 환경친화적이고 편리한 농산물을 다양하게 요구하고 있어 이의 욕구충족을 위한 산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산지의 경쟁력이 생산단계 보다는 수확 후 출하단계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산지유통의 핵심주체인 생산자와 생산자단체는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가치변화를 파악하고 생산, 가공, 유통단계에서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 지향 품질관리체계 필요

소비자의 식품 소비패턴과 소매점의 대형화 추세에 따른 구매패턴의 변화는 농산물 산지유통의 관행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즉, 대형유통업체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별화 된 농산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구매경로와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통경로를 선택하게 된다. 이것은 산지와의 계약재배 등 거래관행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와 같은 농산물 거래관행의 변화는 산지유통의 기능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어 소비지 목표시장에 적합한 차별화 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장지향적인 생산체계를 갖춘 농업구조로 전환될 것이다.

산지유통기능의 전환과 아울러 산지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산지유통조직의 변화도 동반된다. 산지유통에서 생산자조직인 농협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농협의 산지유통사업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집, 선별, 포장하여 보다 저렴한 유통비용으로 판매하는 생산 중심적인 유통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 중심적 유통사업에서 탈피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단계에서부터 차별화하여 상품화 능력을 향상시키며, 규모화 하여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확보하여야 하고, 식품 안전성에 중점을 둔 품질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렌지를 생산하는 미국의 선키스트 협동조합과 네덜란드 원예협동조합이 전액 출자한 그리너리 B.V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판매협동조합으로 꼽히고 있다. 그 성공요인은 소비지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 구축을 위해 엄격한 출하계약과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하여 조합원의 생산활동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생산 규모화…출하 효율성 제고

국제 농산물시장의 자유화와 소비지시장의 변화는 영세소농구조의 우리 농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산지단계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약재배 등을 통한 고품질의 환경친화적인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생산의 규모화를 통해 수확 후 출하단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