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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글로벌 포럼, 농식품산업의 중장기 전망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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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배종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특별기고| 2009년 7월
배 종 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지난 6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농업에 관한 글로벌포럼(Global Forum)이 열렸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최근 있었던 곡물가격의 상승과 관련하여 세계농업의 중장기전망을 살펴보고 향후 정책방향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논의했는데, 최근 있었던 농산물 가격 급등과 같은 사태가 앞으로 또 있을 것인지, 즉, 가격에 대한 전망이 첫 번째 주제이었다. 또 하나는 앞으로 식량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인데 과연 공급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였다.

 

농산물 가격은 안정될 것인가?

 

1980년 이후 지금까지 추세를 볼 때 농산물의 실질가격은 하락해 왔다. 하지만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와 OECD가 공동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농산물 가격은 지금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며 가격 변동은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 특히 개도국의 수입 증가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품목군 별로 보면 곡물 생산은 소폭 늘어나고 축산물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그 중에서도 닭고기 생산이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 전망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요인은 기후변화, 세계경제의 불안정, 교역 증가 등과 함께 바이오연료의 수요, 물 부족 등을 들 수 있고 원유가격, 미국 달러의 환율, 금융시장의 투기자금, 급격한 수요변화 등이 가격변동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가격이 불안정함에 따라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개도국들이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비축, 해외농업투자, 중앙기곡물구매계약, 순곡물수입국에 대한 저리자금 융자 방안 등이 거론되었다. 최근 가격 상승과 관련하여 각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관해 중국, 인도, 러시아, 남아공 등이 사례를 발표하였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은 어떻게?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은 주로 식량 순수입국들인데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관세를 낮추거나 수출물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국가들이 많이 있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생산자수취가격을 상향 조정하거나 비료, 농약 등 투입재에 보조를 지급하는 조치를 취했다. 소비 측면에서는 소비자 가격을 통제하여 빈곤층이 최소한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비록 갑작스런 가격 상승에 대응한 단기적인 정책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수단들이 시장을 왜곡시키는 성격을 가진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 상의 감축대상정책(Amber Box)들이며,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야 한다고 하면서도 비경제적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농업정책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인도는 농민들의 소득 수준이 지극히 열악하고 토지분배가 왜곡되어 있다. 정부의 재정능력도 취약하여 부채 등으로 자살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고 서부 벵갈 지역에서는 식량 폭동이 일어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제시장의 가격 상승이 국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빈곤한 소비자들을 고려한 나머지 많은 개도국들이 단기적으로 관세 등을 동원하여 국제시장의 가격 상승이 국내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정책들을 썼다. 이러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적절한 것인지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경제위기, 가격상승에 탄력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되었다.

 

식량수요 증대, 충분한 식량 확보 가능한가?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식량안보 확보 전망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2009년 현재 지구상에는 약 10억 명의 빈곤인구가 존재하는데, 이 숫자는 몇 년 전에 비해 늘어나 식량사정은 단기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 소득 성장, 도시화 등으로 2050년 식량 수요는 현재보다 5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식량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FAO, 민간 등의 전문가들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식량공급은 낙관적이나 기술, 인프라, 제도 등 지속적인 생산성 증가를 위한 투자, 식량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이 선행되어야 하며 공급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개도국인데 개도국 농업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capacity building)는 점이 강조되었다. 민간회사인 신젠타는 지금까지 농업생산성 증가는 연 1% 수준이나 앞으로 새로운 기술로 연 2%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최근의 가격상승, 불안은 지속되는 현상이라 할 수는 없고 단기적인 현상이지만 앞으로 농산물의 실질가격은 다소 상승하리라는 전망이다. 두 번째는 현재의 생산 잠재력, 기술발전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비관적이지는 않지만, 이를 위해서는 물부족, 인구와 소득성장, 바이오연료, 환경문제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한 대응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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