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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보조금'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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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배종하
농민신문 기고 | 2009년  8월  21일
배 종 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가격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아 나가고, 자원의 최적배분도 저절로 이뤄진다는 시장경제의 원리야말로 지금까지 사회과학이 이뤄 놓은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도 철저하게 가격이라는 신호를 매개로 경제적인 비용과 편익에 따라 이뤄진다.

 

이처럼 경제적 활동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고 있지만 복잡한 사회현상 속에서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먹혀들지 않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농업이다. 농업이 가지고 있는 식량안보, 농촌사회의 유지, 자연경관의 보전 등 경제 외적 기능, 또는 다원적 기능은 시장에서 가격으로 평가할 수 없어 시장 원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장의 원리가 실패할 경우에는 치유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개입해 잘못된 가격 신호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정부가 농업, 농산물시장에 얼마만큼 해야 하는가 하는 화두는 해묵은 질문들이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난무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선진국일수록 농업문제는 '순수 시장경제 원리'보다는 정치경제학의 해법이 우선한다는 사실이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훨씬 경쟁력이 높지만 상당한 재정을 농업에 쏟아붓고 있다. 지금 우리 정부의 농업에 대한 지원은 어떤가. 보는 시각에 따라 많다는 주장도 있고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농업이 어렵고 도시와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도 안 되는 농업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액수의 많고 적음만 따졌지 그 내용을 정확하게 따져본 적은 별로 없다. 이에 보조금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구개발 비용과 쌀소득보전직불제는 누가 보더라도 같은 성격의 돈이라고 보기 어렵고 소득 효과나 생산에 미치는 효과가 분명히 다르다. 보조금의 범위도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정부가 내놓은 농업보조금에는 생산기반 등 인프라 개선, 삶의 질 향상 관련 예산 등이 모두 포함돼 있으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조금 지표인 생산자지지추정치(PSE)에서는 연구·개발, 교육·훈련, 각종 검사, 생산기반 등 인프라 개선, 공공비축, 유통 지원 등은 보조금에서 제외되고 있다.

 

농업인들이 생각하는 보조금과 정부가 주장하는 보조금의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보조금의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이해당사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업인들이 원하는 보조금, 산업으로서의 농업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 농촌을 살려 나가기 위한 지원 등 이 모든 것들을 무턱대고 다 뭉뚱그려서 보조금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할 수 있다.

 

아울러 앞으로 보조금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소득부분에 수요가 제일 크나 아직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소득부분의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의 농업정책을 보면 직접지불적 성격을 가진 예산이 농업정책 중에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비중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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