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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농업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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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배성
광주일보  칼럼| 2009년  11월  9일
김 배 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올해 초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가 현재 70달러 후반 수준으로 무려 75% 가량 상승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유가의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계속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의 점진적 회복에 따라 선진국 및 신흥개도국들의 유류수요의 증가로 유가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7월 배럴당 13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로부터 촉발된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직간접인 파급 영향으로 지난해 말 40달러 수준까지 고점대비 무려 70%나 급락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경제상황에 종속적으로 결정되어온 유가가 향후 점진적인 경기회복에 따라 완만히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은 경험적으로 자연스런 전망인 것 같다.

 

내년에 국제유가는 연평균 90달러 수준, 높게는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국내외 경제회복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다. 특히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원자재 및 수송비 등의 증가로 인해 생산활동이 위축되어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고, 생산비의 증가로 물가가 상승하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시해야할 것은 유가상승과 그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농업부문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가상승이 농업부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그 영향이 적어 무시해도 되기 때문일까?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유가상승은 농업부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유가상승은 농업용 시설난방 연료비 상승을 야기하여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히 토마토, 호박, 파프리카 등 고온성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농가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또한 곡물을 원료로 하여 만드는 바이오연료의 수요를 증대시켜 국제곡물가격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국내 가공식품 가격 및 사료비를 상승시키는 등 상당한 파급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으로 유류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설농업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 농업용 난방 시설면적은 약 1만 3천ha, 이중 유류를 특히 많이 사용하는 고온성 작물을 재배하는 면적은 약 7천ha이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유가가 현 수준인 70달러 수준일 때 이러한 고온성 작물 시설에 투입되는 면세유 사용액은 약 1조억 원 수준이나, 유가가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하게 되면 동일한 량을 사용하더라도 사용액은 3천억 원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적인 고유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만큼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비용을 초래하는 유류 사용 구조를 바꿀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유가 상황을 앞에 두고 우리 농업은 또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농업부문에서 많이 사용하는 경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는 가축 분뇨를 이용해서 동력화하는 기술, 지열을 사용해 냉난방이 가능한 기술, 목재 펠릿을 이용한 기술, 태양열을 이용한 기술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대체에너지원들은 생산비를 줄이고, 탄소발생을 저감시키는 저탄소 녹색에너지원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기술개발 진입단계로 설치비 부담이 크거나,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아 확대 보급하기엔 이른 단계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유가-고비용 상황을 앞에 두고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단계에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설치비의 일부를 보조하더라도 실용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기술개발 수준에서 지열과 목재 펠릿을 이용한 기술이 적용가능한 대안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 기술은 정부의 면세유 지출예산을 줄이면서 농가의 경영비 부담도 줄일 수 있고, 동시에 탄소발생을 저감시키면서 생산량도 늘릴 수 있는 유용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여러모로 유용한 기술이지만 사업이 실시될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가 필요한 만큼 이러한 대안들의 시행은 무엇보다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정책적 의지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은 물론 기술개발 및 사업추진에 대한 중장기 전략에 근거해 표출된다. 고유가 시대에 산업경쟁력이 취약한 농업이 그 기능을 다하고, 나아가 녹색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가는 오르고 있다. 농업부문에도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방법을 넘어서 21세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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