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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벼 이외의 작물 재배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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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9년 11월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쌀 생산량은 10a당 534kg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에 520kg을 기록한 이후 연이은 풍작으로 쌀 가격이 하락했다.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도입한 쌀소득보전직불제(이하 쌀 직불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는 쌀 가격 하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쌀 농가가 안심하고 영농활동에만 전념하게 하는 방안은 없을까? 쌀 공급과잉 현상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쌀 생산을 줄이고 소비를 늘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목표가격에 대한 불안감 해소

 

쌀 직불제는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의 85%를 재정에서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농가가 시장에 판매한 쌀 가격과 정부에서 받는 직불금을 포함한 수취가격은 목표가격 수준에서 안정된다. 시장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의 쌀 직불금 재정만 늘어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과 농민단체에서 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목표가격이 쌀 가격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5년 후 목표가격은 쌀 가격 등락을 반영하여 조정하도록 설계되었으므로, 쌀 가격이 하락하면 향후 80kg당 목표가격은 15만 원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생산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목표가격이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농민단체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기도 한다.

 

 

농가의 주장대로 생산비를 반영하여 목표가격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쌀 공급과잉을 심화시키며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목표가격을 현재 수준에서 고정하여 농가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미국이 1996농업법 도입 시 설정한 목표가격을 2013년까지 적용하기로 한 것은 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목표가격만 고정하는 조치는 농가에 쌀 생산을 더욱 장려하여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다. 변동직불금 지급조건인 '벼 재배' 조건을 완화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2008년 104만 6,000ha의 논 면적 중 11만 2,000ha에서는 벼 이외의 작물이 재배되고 1만 4,300ha가 휴경되었다. 변동직불금을 포기하고 12만 6,000여 ha에서 벼 이외의 작물이 재배되거나 휴경되고 있다. 또한 2008년 직불금 대상 면적이 101만 3,000ha인데 이중 93만 2,000ha에서만 벼를 재배하고 변동직불금을 신청하였다. 8만 1,000ha는 변동직불금을 포기하고 휴경하거나 벼 이외의 작목을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변동직불금 지급 조건인 벼 재배를 완화하면 논의 일부는 콩, 옥수수, 사료작물 등의 수익성이 있는 작목으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된다.

 

변동직불금 지급조건 완화

 

생산조정제가 수급안정에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이 1960년대 중반에 쌀 공급과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65만 ha를 대상으로 생산조정을 시작하였다. 쌀 수급안정을 위한 생산조정 면적은 100만 ha 이상으로 늘어나고 재정부담도 비례적으로 늘어나 이 제도를 폐지하였다. 미국도 1996년 농업법 도입 시 면적의 15%를 휴경하도록 하던 생산조정제를 폐지하고 농가 스스로 시장 수요에 의해 재배 작목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생산조정제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대만도 쌀에 대해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고, 생산조정제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다.

 

특정 품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전작을 유도하는 것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쌀과 생산경쟁 품목의 수익이 동일하도록 지원을 해야 하는데, 전작을 통해 쌀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만큼 전작의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전작 지원으로 특정 품목의 공급량이 늘어나면 해당 품목의 가격이 하락한다. 기존에 해당 품목을 생산하던 농가의 소득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격이 낮아야 소비도 촉진

 

추세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여도 작년과 올해 같은 연이은 풍년이 있을 수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일정 물량을 매입하여 시장에서 격리한다고 발표했다. 생산량이 결정된 후 사후적으로 시장격리 물량을 결정하므로 그동안 시장 참여자는 불안감을 느끼고 동요하게 된다. 유통업체는 격리한 물량이 언제, 얼마나 시장에 다시 방출될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므로 시장이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작황지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초과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고 격리한 물량을 가공용 등으로 제한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급측면의 정책과 함께 수요 촉진을 위해 쌀 가공품 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쌀 가격이 대체원료인 밀보다 5배 이상 높고, 가공비용도 2.5배 이상이므로 쌀을 가공품 원료로 사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2008년에 kg당 2.3달러이던 수출가격이 2009년(1월~10월)에는 1.8달러로 하락하였고 수출량은 356톤에서 3,045톤으로 늘어났다. 쌀 소비를 촉진하고 수출도 확대하기 위해서 쌀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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