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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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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배성
광주일보  칼럼| 2009년  12월  7일
김 배 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김치, 비빔밥, 불고기, 떡볶이, 냉면, 해물파전, 막걸리 등의 우리 음식들이 일본, 중국, 미국 등을 중심으로 외국 사람들한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예로부터 오랫동안 우리가 먹어왔던 음식들인데 왜 요즘 들어 부쩍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는 1990년대 중반 WTO체제 출범 이후 세계 시장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음식에 대한 접촉빈도가 높아졌고,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가 개선되었고, 이러한 환경에서 대장금,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드라마 및 노래 등 우리의 대중문화에 대한 높은 인기도 한 몫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란 우리의 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상품화하여 식품산업 비즈니스 효과를 확대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농식품부는 한식을 ‘세계 5대 음식화’ 한다는 목표하에 2017년까지 한식당수 4만개(현재 7∼8천 개 수준)와 세계 일류 한식브랜드 100개를 만든다는 세부목표를 공표한 바 있다.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요리 명장 양성, 스타 한식당 운영, 한식 체험기회 확대, 한식 R&D 확대, 국산 식재료 공급시스템 구축, 한식문화 알리기, 한식 이미지 업프로젝트, 한식 브랜드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르꼬르동 블루같은 세계적인 요리학교에 한식 강좌를 개설해 세계적인 요리사들을 양성·보급하고, 국내 특급호텔에 한식당 개설도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한식 세계화 수준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이러한 공격적인 목표는 달성이 가능할까? 해외에 분포한 이탈리안 식당이 6만 개, 일식당이 4만 개, 태국식당이 1만 3천 개 수준이라는 점과 외국인들의 한식을 시식해본 경험이 16%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한번 길들여진 사람들의 식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정부의 목표는 우려스럽고 요원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는 여기서 해외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식당 성공사례와 다른 나라 음식에는 없는 한식만이 갖는 차별적 장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북창동순두부’ 이희숙 대표는 ‘고객의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메뉴’를 성공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4개의 매장에서 월 4억 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장금’ 온대성 대표는 ‘음식의 맛과 더불어 철저한 현지화’를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우리의 파전, 잡채, 돌솥비빕밥, 깍두기, 오이김치, 나물류 등 가정식으로 일본에서 연매출 20억엔을 기록하고 있는 ‘처가방’의 오영석 대표는 기존에 알려진 메뉴에서 벗어나 가정식을 대상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성공요인으로 말하고 있다.

 

토종 프랜차이즈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알려진 ‘제너시스BBQ’는 2003년 처음 중국에 진출해 55개국 3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너시스는 성공요인으로 현지인 사업 파트너와의 문화교류를 통한 철저한 현지화를 내세우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한식으로 세계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의 여러 성공요인 중 공통점은 ‘차별성과 현지화’인 것 같다. 외국 사람들의 그들의 식단과 식문화에서 접해보지 못했으나 매력적인 우리 음식과 식문화 그리고 우리만의 전통방식이 아닌 현지문화와 결합해 현지인이 찾기에 어색하지 않은 새롭게 ‘현지화된 한식’이 성공요인으로 보인다. 그것이 또한 한식 고유의 독특한 맛과 더불어 한식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적 장점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정부의 한식 세계화 추진내용을 해외 진출 업체의 성공요인과 비교해볼 때, 아쉬운 점은 다양한 정책메뉴는 나열되어 있으나, 차별화된 정책메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식 브랜드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정책적 의지로 달성될 수는 있다. 그러나 만들어진 브랜드가 현지인들에게 계속해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정부의 한식 세계화 추진정책은 차별화된 현지화 조건을 갖출 수 있는 내용으로 추진되고, 이러한 조건이 사업평가의 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의 귤이 강북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의미의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좋은 상품도 기후와 풍토가 맞지 않은 곳에 가면 퇴색된다는 의미이다.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더라도 여전히 맛있는 귤이 되게 하려면 그곳의 기후와 풍토에 맞도록 종자를 개량하면 될 것이다. 한식 세계화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이 좋아해서 그들의 발로 스스로 찾도록 만드는 조건을 충족하도록 개량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가 제대로 추진되어서 우리의 한식이 해외 각지의 세계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한식 태평성대의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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