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컬럼| 2009년 12월  07일
	조 명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80년대 전후 농산물 유통정책의 핵심과제는 농산물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대량유통체계를 확립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농산물 유통정책의 기본 방향은 그동안 추진한 공정 거래질서를 정착시켜 나가면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효율적인 유통체계를 확립하는데 있다. 농산물 유통의 개방화시대를 맞이하여 유통기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으며, 유통의 효율성 추구는 한층 강조되고 있다.

견본거래 조기정착 서둘러야

농산물 유통의 효율화를 추구하기 위한 정책의 기본 방향은 첫째, 견본거래의 조기 정착이다. 농산물 거래에서 견본거래는 실물거래에 비해 물류의 이동과 거래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유통비용을 감소하여 유통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생산자의 영농규모는 규모화 하여 시장대응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출하단계에서 표준규격화가 이루어 져야 하며, 유통의 전 과정이 저온유통체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확하고 신속한 유통 정보망이 구축되어 수급을 반영한 공정한 가격형성이 가능하고, 거래자의 신용거래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생산 및 출하규모는 영세하고, 생산자 간 상품의 품질격차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표준규격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생산을 전문화하고 단지화함으로써 생산의 규모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생산이 전문화·단지화 된다 하더라도 표준규격화가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선별·포장작업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규모화 된 산지유통시설이 필요하다.

둘째, 유통마진의 축소이다. 유통 효율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유통비용을 줄이는데 있다.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통참가자의 생산성을 높여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며, 이들 간 경쟁을 촉진하여 유통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유통기구의 수평적·수직적 통합을 통해 품목별·부류별 규모와 연결의 경제를 실현한다. 또한 산지유통센터, 도매시장, 물류센터의 저장·보관시설이 개선되고, 물류의 기계화·자동화·네트워킹화가 정착된다면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산지에서 표준규격화가 잘 이루어져 팔레트화 비율이 높아지고 팔레트를 통한 운송규격화가 일반화 된다면 상하역 노동력의 절감, 물류의 신속성, 도시환경의 개선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유통비용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유통비용 줄이고 서비스 제고

셋째, 농산물의 가격 안정이다. 농산물은 상품적 특성상 가격이 불안정하다. 이는 결국 생산자의 소득과 소비자의 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동안 정부는 농산물 가격형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농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에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최근 경제발전과 상업적 영농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입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즉,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특정 품목에 대한 관리, 다수의 생산농가 위주의 지원 등 직접적인 시장 개입방식에서 전업농, 기업농을 중심으로 생산조정, 출하조정 등 생산조정과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도입되고 있다. 향후 농산물 가격정책은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급격한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해 가능한 한 시장자율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며, 한편으로는 생산출하약정사업, 유통활성화사업, 소득안정화사업 등 적절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생산자단체 중심의 자조금제도 실시 등 자율적인 수급 및 가격안정화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산물 도매시장의 개선이다. 지금까지 도매시장은 농산물의 상적 및 물류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며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과정에 대기업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도매시장의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유통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도매시장을 종합식품센터의 기능을 부여하여 신선농산물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까지 취급할 수 있도록 취급품목의 범위를 확대, 소비자의 구매성향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기존 도매시장 기능과 더불어 산지와 연계하여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지역유통센터화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농산물값 안정·도매시장 개선을

이를 위해 도매시장은 새로운 기능이 부여된 유통시설로 보완되어야 하며, 도매시장의 관리·운영 및 거래제도의 개선 등 도매시장이 제 기능을 수행하면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유통기구로 거듭 나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