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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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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훈
 농민신문 시론 | 2009년  12월  9일
 김 성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사용했던 구호 중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것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 본인에 대한 공과(功過)에 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당시 혼란하고 국론 분열이 심한 시기에 적절하게 사용되었던 구호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는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필자도 흑백 기록영화 속에서 마이크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던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 있을 정도다. 이 말은 수십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 현장에서 여전히 곱씹어 봐야 할 문구로 생각된다.

 

최근 농식품 수출 제고를 위한 노력이 상당하다.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는 2012년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산지부터 수출항까지 수출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는데, 그중 가장 근원적인 문제점으로는 농식품 수출업체(또는 농가)가 영세하다는 것이다. 즉, 소규모로 많은 사람들이 농식품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다 보니, 서로간의 과당경쟁도 발생하고 수출상품의 품질 제고나 홍보, 신제품이나 신시장 개척 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들도 수출 지원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추진하여 오히려 수출경쟁력을 저해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시장에서 숫자가 많고 개별 규모가 작은 쪽이 숫자가 작고 개별 규모가 큰 쪽에게 거래교섭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한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면서 판매자에게 “너 말고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줄 서서 있으니 내가 요구하는 조건이 싫으면 팔지 마라”는 식의 ‘엄포’를 부릴 수 있고, 이것이 실제 우리나라 농식품 해외시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심지어는 일부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수출업체에게 다른 업체를 예로 들면서 수출단가 인하를 요구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부 해외 바이어들의 횡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한다. 다시 말해서 농식품 품목별로 수출창구를 단일화 내지는 규모화해야 된다는 말이다. 물론 최근 두세가지 대표조직이 각각 형성되고는 있지만,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여 조직을 육성해 나가고 있어 한계가 있고, 조직간의 이해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농민들이 먼저 각성해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품목별 수출조직을 직접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수출업체들도 여기에 동참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농식품의 수출창구 단일화 내지 규모화를 빠른 시간에 달성해야 한다.

 

농업 수출 선진국으로 자주 인용되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수출 성공 요인들을 분석해 보면, 한가지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정부나 기타 외부의 지원 또는 간섭 없이 생산농가들이 합심해 스스로 뭉쳐서 수출시장을 개척해 왔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주 인용하는 미국의 ‘썬키스트’나 뉴질랜드의 ‘제스프리’도 오렌지농가들과 키위농가들이 함께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 성공을 일궈냈다.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뭉쳐서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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