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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산업 발전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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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배성
광주일보  칼럼| 2010년  1월  4일
김 배 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쌀 농사는 사상 최고의 대풍이었다. 태풍 피해 한번 없이 기상여건이 좋아 2008년에 이어 연이은 풍작을 기록했다. 한해 동안 열심히 노력한 농사의 결과가 풍년이라는 결실을 맺을 때 농민들은 땀흘린 보람을 찾고 웃음으로 한해를 마감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쌀 농가들은 그렇지 않다. 사상 유래 없는 풍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시름이 깊다.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작년 쌀 수확기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였던 가격은 12월 중순 이후 다행히 정체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산지 쌀값은 80㎏ 가마 당 약 14만 원(전국 평균) 수준으로 2008년산 같은 시기 가격보다 무려 2만 원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 시장수급상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하고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이전보다 많이 소비하게 된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쌀 가격하락은 소비문제를 제외하고는 구조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가격결정 구조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우리 쌀 농업에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은 소득보전직접지불제(이하 직불제)이다. 쌀 소득보전직불제는 2001년부터 시행되었던 논농업직접지불제를 통합하여 2005년부터 새롭게 개편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목표로 영농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고정형과 목표가격을 설정해 수확기 가격이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차이의 85% 수준까지 보전하는 변동형의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시행되고 있다. 필자가 파악하기에 이 제도는 설계 당시 다양한 검토를 거쳐 쌀 생산과 연계되지 않은 생산중립적 제도로 고안되었다. 쌀 농가의 소득안정장치를 마련하면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등 국제적인 규정에도 위배되지 않은 제도를 고안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 쌀 농가와 쌀 농업을 위한 이 제도는 불행하게도 최근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득보전직불제중 변동형의 생산연계성과 목표가격의 하방경직성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변동형 직불제의 생산연계성 문제는 이 제도가 가격하락시 목표가격과의 차이 분을 보전해주도록 고안되어 있어서 생산 중립이라는 설계의도와는 달리 농가의 영농의향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고, 목표가격의 하방경직성 문제는 목표가격이 낮게 설정되면 이에 따라 쌀 가격도 낮게 형성될 우려가 있어 목표가격을 낮추는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문제는 논의의 초점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필자의 생각에 이들 문제가 쌀 공급과잉의 주된 요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 문제가 해결되어도 공급과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쌀의 공급과잉의 문제는 쌀 시장에서 수급원리에 따른 가격기능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쌀이라는 자원을 배분하는데 정책이나 제도에 의한 의도적인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쌀 산지가격은 농협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미곡처리장과 농가 간에 결정된다. 즉 가격이 소비자와 생산자의 수급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생산자단체 또는 생산자와 산지유통업체 간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시장의 수급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실제 2008년산 쌀의 경우 보기 드문 풍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확기 때 가격이 80㎏ 가마 당 이전연도에 비해 오히려 만원 이상 높게 형성된 이상 현상이 발생하였다. 당시 농협 조합장 선거와 맞물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쌀 가격이 시장의 수급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시급히 개편되어야 한다. 또한, 목표가격의 결정도 정치적인 의사에 앞서 시장수급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보완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쌀 농업과 쌀 농가를 위하는 길이다.

 

현재 우리나라 쌀 산업은 또한 지속적인 수요 감소의 문제, 쌀 농가의 고령화 문제, 그리고 현재의 쌀 의무수입 체제를 관세화로 전환하는 문제 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나같이 중대하고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의 내용과 여건을 살펴보면 문제도 해결되고 쌀 산업도 발전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인년 새해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관련단체 모두 단체간 갈등을 뛰어 넘어 우리나라 쌀 산업의 발전을 위한 선택에, 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선택에 중지를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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