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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농업, 글로벌 농업인
2025
기고자 배종하
농민신문 기고| 2010년  3월  24일
 배 종 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세계화' 란 단어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으니 이미 15년 전부터 우리 귀에 익숙했고 비슷한 의미를 지닌 ‘글로벌’이란 단어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용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 세상은 정말로 점점 가까워져 분야에 따라서는 국가와 국가 사이를 가르는 경계가 거의 없어졌다. 자본이나 금융시장을 본다면 미국의 주가 변동, 부동산시장, 은행의 부실화 등은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쳐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만든다.

 

농업은 어떤가. 농업은 금융시장처럼 실시간으로 상품이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지 못하지만 교역 측면에서는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산물 교역은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 늘어나 2007년 1조4,300억달러에 이르고 있고 매년 10%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업 기술에 관한 연구, 개도국에 대한 농업 지원, 주요 농업 정책에 관한 논의도 국제기구, 국가간 협약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함께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와 인도의 농업 생산이 빠르게 늘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 양상도 달라져 중국은 곡물 순수출국이었으나 몇년 전부터 순수입국으로 바뀌었다. 반면 빈곤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으며,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은 아직도 만성적인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농업도 이에 발맞춰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최근 정부가 수출 100억달러 목표를 세워 수출에서 우리 농업의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한식 세계화를 통해 우리 음식의 외연을 넓히는 것도 적절한 정책이다.

 

하지만, 농업 생산에 관한 한 아직도 우리 농업은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서 공장을 세우고 장사하는 한국인은 많으나 외국에 나가서 제대로 농사를 한번 지어 보겠다는 프로 농사꾼은 거의 보지 못했다. 우리의 사고는 아직 국내에 머물러 있다. 우리 먹을거리를 우리 손으로 생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교역이 늘어나고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대에 모든 것을 우리가 생산해 먹는다는 건 맞지 않는 일이고, 거꾸로 우리가 우리 먹을 것만 생산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농업 여건이 좋은 곳에 가서 우리의 앞선 기술로 높은 생산성을 올려 수익을 내는 것도 글로벌 시대에는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협력위원회(DAC) 회원국이 됐고, 정부는 앞으로 2012년까지 개도국에 대한 원조를 국내총생산(GDP)의 0.3%까지 늘릴 계획이다. 개도국들이 농업 생산 기술에 대한 수요가 큰 점을 감안할 때 좋은 프로그램만 만들어 낸다면 해외에 가서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농업인들을 교육시키고, 나아가서 생산이나 유통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갈 가능성은 많이 열려 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 것이고 경제성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겠지만,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시작하면서 그 농업 사회에 적응해 협력 범위를 넓혀 간다면 그 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미 제도나 틀은 만들어져 있는 상황인 만큼 농업에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나 전문 농업인들이 바깥으로 눈을 돌린다면 우리의 국위를 크게 선양하고 국익을 위해서도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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