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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학교와 지역사회의 상생(相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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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농민신문 시론 | 2010년 3월 26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촌학교’라고 하면 대부분 학생은 적고 교실은 남아돌아 언제 폐교될지 불안한 작은 학교를 떠올린다. 농촌학교 통폐합이 시작된 1982년 이후 2,000여개 학교가 없어졌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요즘 들어 학생수가 늘고 도시지역 학생이 전학 오는 농촌학교가 곳곳에서 나타나 희망을 주고 있다.

 

이들 농촌학교의 공통점은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농촌학교 활성화를 위해 교실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농촌학교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의 분위기를 만들고, 학부모 등 지역 주민을 학교 교육에 직간접으로 동참시켜 학교와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교육하는 공동체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학교 주변의 자연환경을 교재로 삼고, 지역 주민 가운데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방과 후 교사로 위촉해 학생들의 재능을 길러 주기도 한다. 이들 농촌학교의 사례는 특성 있는 교육을 추진하면 아이들이 즐거우면서 학부모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농촌학교 교육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지금까지 농촌학교는 지속적인 학생수의 감소로 효과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워 언젠가 통폐합될 것이라는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위축되며 농촌학교가 지닌 장점과 특성을 활용할 생각을 못했고, 지역사회도 활력을 잃었다. 그러나 최근 사례들은 농촌학교가 약점을 보완해 장점과 기회를 잘 활용하면 도시의 큰 학교 부럽지 않은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농촌지역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그대로 산 교육장이며, 농촌지역의 모든 것은 좋은 교재가 된다. 푸른 산, 맑은 물, 드넓은 들판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를 수 있는 훌륭한 체험장이다. 관심을 갖고 찾으면 농촌지역에도 과학자, 외국어 능통자 등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은 예술가·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최근 교육 환경도 농촌학교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 초·중학교 교육 활동의 기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개정됐다. 개정의 기본 방향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고, 창의적 체험 활동과 학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학생들의 체험 활동을 장려하고,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를 적극 지원하며, 학교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원학교,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 방과 후 학교, 연중돌봄 학교 등이 그러한 예이다. 농촌학교와 지역사회가 이러한 정책을 잘 활용하면 농촌학교의 교육을 살리면서 지역사회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농촌학교는 체험 농장이나 주민 등 지역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학교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일자리와 소득창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역사회는 지역 발전을 위해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교육한다’는 관점에서 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농촌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면 농촌 아이들은 미래의 꿈나무로 무럭무럭 커 갈 것이다.

 

그러나 농촌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의 큰 학교나 사례를 무작정 모방해서는 안된다. 농촌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역 여건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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