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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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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비료지원사업 활성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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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손이헌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0년 9월호
홍 석 일   (고려바이오 소장)

 

1cm를 10,000등분하면 1㎛(마이크로미터)이다. 그런데 1㎛밖에 안 되는 생물이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여 나가고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식품을 발효시키거나 항생제나 항암제 같은 의약품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우리 인간이 지금처럼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도 미생물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농민들이 농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한 농약과 비료 성분이 농산물에 남아 있다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궁극적으로 사람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아이들이 섭취하는 식품들은 온갖 화학물질로 얼룩져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몸을 교란시켜 놓아서 온갖 몹쓸 병들이 만연하고 있다. 화학농약도 마찬가지이다. 징그러운 벌레와 곰팡이들을 깨끗하게 없애줄 농약을 쓰는 동안 해충이나 곰팡이는 사라질지라도 농약성분은 농산물에 그대로 남아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화학 농약과 비료가 인간의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안전하게 벌레나 곰팡이를 없애는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한 약을 생물농약이라고 한다. 미생물농약, 생화학농약, 천적이 여기에 속한다. 미생물농약은 미생물을 이용한 것이고, 생화학농약은 주로 식물 추출물을 활용하여 만든 것이다. 천적은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자연 천적을 상품화시킨 것이다. 국내에 생물농약은 2000년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현재 41개 제품(국내제조 28개, 수입 13개)이 상품화되어 있다. 제조회사로는 국내 7개, 수입사 4개가 등록되어 있다.

 

화학농약을 대체하기 위해 생물농약 개발 다양하게 시도

동충하초(冬蟲夏草)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실상은 무서운 곰팡이다. 그런데 이 곰팡이에 사람의 면역을 증진시키는 성분들이 발견되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사실 동충하초는 누에와 같은 곤충을 죽이는 능력을 가진 곰팡이다. 이러한 곰팡이를 곤충병원성 곰팡이라고 한다. 노린재나 진딧물과 같은 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방제제로 적용할 수 있는데 코디셉스(cordyceps)나 페실로마이세스(paecilomyces) 곰팡이가 여기에 속한다. 미생물 중에 바실러스 튜리겐시스(Bacillus Thuringiensis)라고 하는 세균이 있는데 약자로 BT라고 부르며, 크기는 2~3㎛ 정도이다. BT는 곤충의 내장을 녹일 수 있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곤충이 작물을 뜯어먹을 때 식물 이파리에 붙어있던 BT를 섭취하면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죽게 된다. BT는 곤충만 죽일 뿐 사람이나 식물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그래서 친환경살충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생물농약의 대명사다.  

동충하초 곰팡이나 BT 같은 미생물을 이용해 화학농약을 대체하려는 상품이 출시되어 농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효과가 좋았던 미생물들이 농사 현장에서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 실험실과 농사 현장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충국(除蟲菊, insect flower)이라는 식물은 벌레를 방제하는 국화라는 뜻이다. 모기향을 만드는 주성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제충국의 꽃을 말려 알코올에 담가 놓으면 식물에 함유되어 있던 피레스린(pyrethrin)이라는 살충 성분이 용출된다. 천연 식물로 안전하며 주로 나방류와 진딧물을 방제하는 데 사용한다. 만드는 방법이 그리 까다롭지는 않으나 대량으로 수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잔류가 없고 안전하지만 살충력이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고삼(苦參) 이라는 식물은 머트린(matrine)이라고 하는 살충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식물 또한 천연 살충제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천적·생물농약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면 더욱 효과적인 제품이 나올 것

친환경농업의 발전과 화학농약을 대체하기 위하여 생물농약을 개발하는 데 미생물, 식물추출물, 천적을 활용하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 해충방제제로서 생물농약의 효과는 어느 정도 인정이 되지만 탄저병이나 역병과 같은 곰팡이를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천적도 해충의 밀도가 높을 때는 효과가 적을 수 있다.

이제까지는 미생물농약을 연구하는 사람은 미생물만 연구해왔고, 식물추출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식물추출물만 연구해왔다. 각각 미생물로, 식물추출물로 벌레나 곰팡이를 방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앞으로 농민들이 인정하는 효과 있는 생물농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미생물과 식물추출물을 함께 투입하여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미생물 전문가와 화학공학 전문가가 함께 모여 생물농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상대 분야의 전문가가 쉽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천적을 사용할 때도 해충의 밀도가 높을 때에는 먼저 충방제용 생물농약을 처리해서 어느 정도 밀도를 낮춰놓고 천적을 투입하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제도적으로 고민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 기술 융합을 하자는 것이다.

해충을 죽이기 위해 생물농약을 살포하였을 때 초기 효과는 아무래도 미생물보다는 식물추출물이 낫다. 그러나 지속효과는 미생물이 낫다. 처음에는 식물추출물이 살충 효과를 맡고 3~5일 후부터는 미생물이 능력을 발휘하여 벌레를 죽이면 친환경 농업에 보탬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렇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활발한 의견교류 및 신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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