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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문제 해답,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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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렬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0년  9월  30일
김 용 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많은 사람들이 농업농촌을 생각할 때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떠올리는 것 같다. 어느덧 우리 농업농촌은 패배감에 이미 길들어져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패배감과 냉소주의를 걷어 내고 미래로 가기 위해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우리 안에서 합의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닌가? 진정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문제의 근원은 우리가 합의를 하지 못하고, 우리가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고, 우리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계 최대이슈인 쌀은 어떤가? 생산과잉, 소비감소, 재고증가, 쌀값하락, 쌀관세화 미진 등으로 꼬여 있는데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농협개혁은 어떤가? 수십년 동안 줄기차게 농업계 내외부 모두에서 원하는 것인데도 왜 아직도 답보상태일까? ‘농업계 내부의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묻혀버리고 만다. ‘믿으면 설명이 불필요하고 믿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라는 말처럼 우린 서로 믿어보려는 노력을 애써 외면하는 건 아닌가? 우린 정말로 스스로 합의에 도달해 다음단계로 갈 수 없는 것인가?

 

세대·이념 아우른 협의체 필요

 

또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냉소적이다. 농업·농촌은 고령화, 과소화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젊은 인재들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과연 농업농촌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가?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20대, 30대 젊은 일꾼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졸업당시 원대한 꿈을 갖고 귀향하는데 고향 어르신들께서는 농사짓는다고 비웃을 때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젊은이에게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농촌에 활기가 넘칠 수 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창의적 인재란 다른 영역의 세계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금 농업농촌에 있는 젊은이들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들일 수 있다. 이들을 우리가 잘 품어 안을 때 우리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소통·네트워크 강화로 도약 발판

 

우리 농업농촌 모두가 힘을 모을 수 있는 과정과 협의체가 필요하다. 많은 경륜과 혜안을 가진 원로 선배님들과 젊고 역동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이념적 틀을 깨고, 조직논리에서 벗어나고, 편협된 시각에서 탈피해 농업·농촌 발전만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공간 말이다.

 

외부와의 소통과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새로운 활력도 필요하다. 외부의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기술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애플은 외부의 인적자원과 연계하고 해 애플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또 외부의 R&D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연결개발(Connect &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통해 발전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농업농촌도 미래발전을 위해 외부와 과감한 연계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할 때이다.

 

아울러 정치적 비용만을 줄이기 위한 시혜적 보조금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농업·농촌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정치적 비중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재’가 되어 근원적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정치적 파열음만을 방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정치적 보호조치에 우린 희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정치적 안정을 위한 것이지 우리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행해지는 진정한 해법이 아니다. 이 보호적 울타리로 인해 상존하고 있는 문제들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고, 그 피해자는 모두 우리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농어업과 농어촌은 정직한 생명산업이다. 정직한 농어업인들이 정직한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주변 모두가 스스로의 패배감과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고, 서로 믿고 협력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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