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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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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성재
농수축산신문 기고| 2010년  11월  9일
박 성 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계 협동조합 운동의 모범국가인 덴마크는 협동조합법이 없다. 협동조합도 일반기업과 같이 상법을 적용받는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농산물 판매와 가공, 수출 분야에서 일반기업을 제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강한 것은 어려울 땐 고통을, 좋을 때는 이익을 나눠 갖는 조합과 조합원간의 협력이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1998년 돈육산업의 불황으로 관련 업체의 도산이 줄을 이었지만 덴마크의 양돈도축조합은 끄떡없었다. 조합원들이 돼지가격을 낮춰주어 조합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은 경기가 회복된 후에 이에 보답해주었음은 물론이다.

 

  양돈 생산비의 60%를 차지하는 사료비는 경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캐나다는 사료 원료인 곡물이 저렴한 반면, 덴마크는 비싼데도 캐나다의 양돈산업은 덴마크를 따라가지 못한다. 덴마크 양돈산업은 농가, 도축, 가공, 유통, 수출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협동조합 중심의 가치사슬로 효율적으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양돈은 농가의 생산단계에서는 경쟁우위가 있지만 그 다음 단계부터는 이해를 달리하는 업체들이 협력보다는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움직이므로 중간비용이 높아져 최종 소매단계에서는 덴마크 돼지고기보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장경쟁은 비효율적인 기업을 도태시키고 효율적인 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지속하도록 만든다. 약한 기업은 생존을 위해 연합하고 큰 기업은 잠재적인 경쟁자까지도 겁주기 위해 더 커지려 한다. 하지만 규모만이 경쟁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경기변동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연합조직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각 참여기업이 신체 각 부분의 장기처럼 역할분담을 해주어야 한다.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이나 유통단계의 경쟁력을 넘어 산업의 부가가치사슬을 관통하는 조직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

 

  우리 농협은 너무 오랫동안 개혁의 압력을 받아 왔다. 신용사업은 경쟁력이 있지만 경제사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합농협 예찬론자들은 그래서 신용과 경제의 통합 운영으로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농협은 이제 신용사업 이용자가 경제사업 이용자이던 과거의 1970~1980년대의 조합이 아니다. 신용과 경제사업 이용자가 다르고, 경제사업도 품목별로 조합원의 이해가 다른 전문화·차별화 시대의 조합이다. 신용사업에서 얻는 이익으로 경제사업의 불만족을 보상해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는 상황에서 종합농협은 허상이다.

 

  우리 농협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경제사업이 사업으로서 존립할 수 있도록 효율화시켜야 한다. 우선 조합과 조합원의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협동조합의 기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생산에서 최종 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관리 조정할 수 있게 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시키는 이상적 협동조합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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