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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날’에 되돌아보는 한국 농업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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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농민신문 기고| 2010년 11월 12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한 격동의 시기인 1996년 정부는 11월11일을 대한민국의 공식 기념일인 ‘농업인의 날’로 선포했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라는 기념일 제정 목적은 농업계 모두에게 가슴 뿌듯한 말이었다.

 

농업인의 날이 제정된 지 어언 15년, 그동안 우리 농업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마침 지난 10월 일본 관료 몇사람이 찾아와 얘기를 나누면서 나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먼저, 우리 농업이 밝게 변화된 모습을 보면, 첫째는 농업인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즉 UR 때는 생계형 농가가 많아 농촌사회의 붕괴까지 우려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전업농의 소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정책 대상이 바뀌었다. 또 연금과 소득보전 등 복지대책이 확충돼 고령농업인들의 노후 부담이 줄었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둘째, 농업의 효율성이 향상됐다. UR 대책으로 자본기술집약형 농업을 육성한 데 힘입어 시설원예와 축산은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에 과채류와 화훼를 수출할 수 있게 되었고, 돼지와 육계도 수출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셋째,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이 바뀌었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이 시장의 주류를 형성해 가면서 우리 농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두터워지고 있다. 도·농교류와 체험활동을 통해 농촌과 친숙해지는 도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차세대를 이끌어 갈 초등학생들도 ‘신토불이’를 깨우치고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배워 가고 있다.

 

반면, 그늘진 모습으로는 농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 영농 규모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세농에 대한 소득원 창출이 부족해 계층간·지역간 소득격차가 확대됐다. 특히 앞으로 10년 정도는 고령농업인의 은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므로, 농촌사회의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농산물의 수급불안도 여전하다. 최근 들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채소류의 계절적 수급불균형이 나타나면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 손상이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연에 의존해야 하는 농업이지만 언제까지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를 탓할 수만은 없으며, 농업부문의 위기관리시스템을 시급히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UR 이후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국 농업은 적어도 시장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떨쳐 버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비자와 도시민들이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고 성원을 보내 주고 있는 것은 농업인들에게는 커다란 자부심이 되고 한국 농업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이제 새천년의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가야 한다. 우리 농업에 부족한 기술과 자본을 타산업에서 적극 도입 활용하고, 포화 상태의 내수시장 한계를 수출로 극복해야 하며, 체질이 강한 농업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산업정책과 함께 소외계층과 지역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구축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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