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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FTA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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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대희
 KREI 논단| 2011년 1월 17일
 정 대 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

 

2010년 12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285개의 지역무역협정(RTA)이 발효되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자유무역협정(FTA)관련 협상과 공동연구가 많았다. 2010년 한 해 동안의 FTA 협상을 돌아보면 1월에 인도와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발효를 시작으로 8월에는 페루와의 FTA 협상이 타결되었고, 10월에는 한·EU FTA가 서명되었다. 한·미, 한·EU FTA는 북미와 유럽의 거대 시장 확보라는 의미를 가지며 한·페루 FTA는 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 확보라는 의미가 있다.

 

  그 외에도 지난해 우리와 FTA 협상을 했던 국가로는 호주, 뉴질랜드, 터키, 콜롬비아가 있다. 호주는 자동차, 쇠고기, 낙농품이, 뉴질랜드는 육류, 낙농품, 과일, 목재류 등이 주요 관심품목이다. 우리와 농산물 교역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농업 강국인 터키는 우리 농산물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면 콜롬비아는 수출할 품목들이 마땅치 않아 우리와의 FTA에 회의적인 반응들이 많다.

 

  일본, 중국, 이스라엘, 베트남 등과는 FTA 공동연구 및 여건 조성 중이다. 일본과의 FTA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나 중국은 특히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FTA 추진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동아시아의 주요 경제권인 한국과 중국, 일본 삼국의 FTA도 논의되고 있다. 추후 한·중·일 FTA가 타결이 된다면 경제규모면에서 북미의 NAFTA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동북아 경제통합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에 추진될 FTA는 지난해의 연장선에서 봐야한다. 특히 한·미, 한·EU 등 주요 FTA가 타결된 만큼 그 자리에 어떤 국가가 대신할지는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지만 중국과의 FTA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양국 정상들의 정치적인 결단이 있기 전에는 빠른 시일 내 협상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터키와의 FTA도 눈여겨 볼만하다. 터키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동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 시대에 조금이라도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들이 많다. 이를 교훈삼아 향후 FTA 추진 시에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해 본다.

 

  첫째, 피해예상 당사자들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협상이라는 것은 양측이 무언가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다. 정부는 거대 경제권과의 FTA로 인해 우리나라가 많은 이득을 보고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홍보를 하고 있지만, 우리의 농업은 주로 잃는 쪽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FTA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은 농업계가 가장 크다. 물론 협상의 후속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실제 한·칠레 FTA 이후 이루어진 후속 조치로 인해 한·칠레 FTA의 가시적 피해는 예상보다 적었고 포도, 복숭아 등 과수 농가들의 경쟁력은 향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적인 조치만으로는 농업계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없다. 앞으로 추진될 한·중 FTA 등 농업부문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협상들에서는 이전과는 달리 농업계와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최소한 농업계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서 알릴 것은 알리고 이해 받을 것을 확실히 이해 받아 그에 대한 후속조치가 철저히 지켜진다면 협상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FTA를 주진하는 데 발생하는 많은 국론분열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응집된 국론으로 더욱 좋은 협상 성과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관세인하와 더불어 동식물위생조치(SPS)를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도 광우병과 관련된 검역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철저한 검역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의 검역과 방역도 중요하지만 해외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병원균의 차단도 매우 중요하다. 검역은 해외 농산물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AI, 구제역, 광우병 등의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수단이다. 군대에는 ‘전투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전적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검역에 구멍이 생겨 국내에 질병이 확산되기 시작하면 이번 구제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피해가 막심하다. 관세인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향보다 그 규모가 훨씬 크다. 다른 나라의 FTA 사례를 살펴보면 SPS 조항이 빠져있는 협상도 더러 있다. 많은 수의 협정이 그러하듯 WTO SPS 협정 수준에서 마무리 지을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은 동식물 유병에 대한 지역화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적 연구 및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기체결된 여러 FTA에 대한 사후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협상중인 7건(12개국)의 FTA와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 중인 8건(14개국)의 FTA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2004년 4월에 발효된 한·칠레 FTA를 시발로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포르, EFTA(4개국), ASEAN(10개국), 인도 등 16개국과 5건의 FTA 협정을 맺고 발효가 되었으며 미국, EU(27개국), 페루와도 FTA 협상을 체결하였다. 최초에 발효된 FTA는 올해로 8년차가 된다. 향후 체결해야 할 FTA도 많이 남아 있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나 한·미, 한·EU FTA가 체결된 현재 시점에서 촌각을 다투어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FTA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이다. 이 기회에 기체결된 FTA들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평가를 통해 잘된 점은 더욱 발전시켜야 하고 잘못된 점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기체결된 FTA들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앞으로의 FTA 협상 방향 설정과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불어 효과적인 후속조치 역시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국내적으로 많은 진통을 겪어 왔다. 그러는 동시에 거대 경제권과 FTA 협상 타결을 통해 FTA 선진국 반열로 올라섰다. 주변국들은 이러한 우리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한편, 자유무역에 대한 세계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기도 한다. 대외적인 리더십 발휘에 앞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대내적으로 각계각층과 대화를 통해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또한 타결된 FTA에 대한 사후적 평가와 협상 경험을 통해 앞으로 추진해야 할 FTA 협상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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