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농산물도매시장의 당면과제와 개선방향
2907
기고자 권승구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1년 2월호
 권 승 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2010년 하반기 채소 값 폭등 사태 이후 농산물도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농산물도매시장은 전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연결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관심 밖에 있다가 작년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되풀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에 도매시장이 생긴 지 25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서구나 일본과 달리 역사도 일천하고 시장 내 주체들의 대응형태도 전근대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내부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끊임없이 변화와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0년 하반기 배추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모두 도매시장의 책임으로 미룬다면 실질적인 원인과 문제점은 가려질 수밖에 없고, 또다시 형식적인 측면으로 정책과 제도가 더해져 도매시장의 발전보다 도매시장 정책과 제도의 누더기화 현상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여론에 쫓겨 시급히 만들어낸 개선안은 도매시장의 발전을 통한 농산물 유통의 효율성을 추구하여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부가 만들어 놓은 시장 질서를 위배할 위험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이든, 비판적 시각이든 도매시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을 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다.

 

도매시장의 존재 원인을 인지해야

우선, 원칙의 측면으로서 도매시장을 설립한 이유와 구조에 대한 명확한 방향정립이 필요하다. 농산물의 특성상 유통구조가 길고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 도매시장을 이용해 효율성,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따라서 도매시장 구조는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생산자를 대변하는 수집주체(수수료상인, 도매시장법인)를 통해 출하자를 보호하고, 소비자를 대변하는 분산주체(차액상인, 중도매인)를 두어 양자의 경쟁적 거래관계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실현하고, 수급상황을 반영한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원칙과 기본구조이다. 역사가 오래된 서구의 경우 최소거래의 원칙에 입각해 생산자(출하주체)-수집주체-분산주체-소매상-소비자의 일반적인 구조로 발전해 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정책의 측면으로서 농산물 거래의 특성과 원칙을 유지하면서 구조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산지와 소비지의 변화를 모색하고 이를 반영하는 도매시장구조개선 정책은 매우 합리적이지만, 단기적 물가안정 성과 또는 비현실적 중간유통과정 축소 등의 여론에 떠밀려 대안제시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셋째, 관리 측면이다. 도매시장은 항상 거래참여자의 이해관계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곳이다. 생산자는 최소 비용에 최대 판매가격을, 상인은 최소 구입가격에 최대 판매비용을, 소비자는 최소 구입비용에 최대의 만족감을 얻으려는 욕구가 있으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서로 타협하기 어려운 욕구가 시장을 중심으로 갈등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가 시장의 원칙과 합리적 운영하에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관리상의 지혜와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도매시장 내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들이 상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적당히 봉합되거나 왜곡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넷째, 제도의 측면으로 거래제도의 문제이다. 거래제도는 오랫동안 시장 내에서 최대의 갈등요인으로 부각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매제도만이 시장 내 원칙인데, 최근 소비지시장과 산지조직화의 진전에 따라 정가·수의거래제도를 또 하나의 거래원칙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가·수의거래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경매에 문제점이 있는 게 아니라 산지와 소비지의 변화를 도매시장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주체의 측면으로 시장 내에서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장 내 유통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산지의 변화는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소비지는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도매시장만 현실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매시장의 사회적·공익적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법인은 산지에 대한 수집관련 서비스 및 수집노력의 강화, 중도매인은 물량분산 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소비지 시장 개척 및 규모화하는 것이 선결해야 할 과제이다.

 

동일한 문제 무의미한 반복 지양해야

도매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산지와 소비지의 변화에 충실한 도매시장의 대응전략 및 발전과제가 중요한 핵심 포인트로 등장하지 못하고, 동일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늘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도매시장의 원칙과 설립목적을 명확히 알고, 현실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누가 더 많은 몫을 가져갈 것인가 대한 상인 간의 이해갈등만 오랫동안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소통과 화합의 정신으로 공생과 공존의 지혜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실적 당면과제요, 해결방안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시장 내 유통주체들의 분발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파일

맨위로